경제·금융 정책

당정, 세제·부동산·환율 등 잇단 '엇박자'

소수가구 추가공제 대립에<br>재건축승인권 환수도 이견<br>컨트롤타워 부재현상 커져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소수가구 추가 공제 폐지안’이 결국 여당의 반대로 추진력을 잃게 됐다. 저출산 목적세 신설 방안부터 브레이크 걸린 것만 벌써 4~5차례다. 이번에는 “협의도 없이 추진했다”며 당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나섰다. 올 들어 간신히 리더십을 회복하는 듯했던 한덕수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으로서는 힘이 쭉 빠지게 됐다. 당은 지방선거를 생각하며 인기 없는 정부 정책에 잇따라 딴죽을 걸고, 그나마 당내에서도 입장차가 엇갈리는 등 곳곳에 엇박자들뿐이다. 최근 상황을 보면 세제ㆍ부동산ㆍ환율 등 곳곳에서 당정간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3일 재경 당정회의. 최근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소수가구 추가 공제 폐지안’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우선순위에 있지 않고, 당장 해야 할 일도 아니다”며 재정경제부의 정책 의도에 일침을 가했다. 심지어 “당정간 합의가 되지 않는 상태에서 이런 방침이 나왔다”며 책임 규명까지 요구하면서 정부 측에 날을 세웠다. 세금과 관련한 마찰은 정부의 정책 어젠다가 저출산ㆍ고령화 등 미래성장 동력 확충을 위한 재원마련으로 향하면서 표면화됐다. 저출산 목적세의 경우 정부가 본격적인 논의의 테이블에 올려놓기도 전에 당이 반대입장을 밝히면서 없던 일로 돼버렸다. 소주세율 인상 방안도 마찬가지다. “세원 마련을 위해 소주세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지난해 말 재경부가 방침을 꺼내기가 무섭게 우리당은 “절대 불가하다. 다른 대책을 내놓으라”고 반대, 소주세율 인상 추진 방안은 무산됐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소주세 인상은 세원 마련 차원뿐만 아니라 양주세율 인상을 위해 미국 측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서도 필요했던 사안이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근에는 박병원 차관이 또 다시 이 문제를 꺼냈다가 청와대로부터 공개 경고를 당하는 해프닝이 연출되기도 했다. 마찰은 부동산 문제에서도 불거지고 있다. 건설교통부가 연일 ‘강행’ 입장을 밝히고 있는 중앙정부로의 재건축승인권 환수 방침에 대해 이강래 우리당 부동산기획단장은 “중앙정부가 직접 환수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재건축승인권 문제는 재경부와 건교부도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태. 한 경제부총리는 이 사안에 대해 “원칙적으로 맞는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며 한발 물러섰고 김석동 재경부 차관보는 “지금 구체적으로 가져온다거나 안 가져온다는 논의는 하고 있지 않다”며 다소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당이 계속 브레이크를 걸고 나서면서 재경부의 힘이 떨어지자 여타 부처들도 재경부에 불만을 표출하는 상황마저 나타나고 있다. 환율 정책을 둘러싼 산업자원부의 대응이 대표적 사례다. 신동식 산자부 무역유통 심의관은 최근 “재경부ㆍ한은 등의 보고서를 보면 환율 상황을 안일하게 보고 있는 것 같다. 일본은 (환율 등 외환정책에) 전략이 있는데 한국은 전략이 없는 것 같다” 등의 불만을 나타냈다. 문제는 갈등이 불거지는 사안들이 한결같이 일상생활에 밀접한 세금ㆍ부동산 등이라는 데 있다. 국민의 혼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선임연구위원은 “단기적인 이해관계에 얽매여 정책을 볼 것이 아니라 현 상황, 경제여건 등을 감안한 심도 있는 조율이 필요하다”며 “갈수록 주요 정책을 놓고 컨트롤타워의 부재 현상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세제의 경우 표심 등을 의식, 개편 타이밍을 놓칠 경우 국민 경제 전반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현 상황들이 조기에 갈무리되기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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