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7월 20일] 中·대만 ECFA를 기회로


지난 6월 중국ㆍ대만이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체결했다. ECFA에 근거해 설립되는 양안(兩岸) 경제협력위원회가 이르면 오는 9월 출범할 것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양안 경협위가 출범하면 후속협정으로 투자보장협정, 제품무역협정, 서비스무역협정, 분쟁해결시스템협정의 협상을 벌이게 될 것이다. 조세감면 혜택은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된다. 동아시아 무역 전략 再考 할 때 중국시장에서 대만과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는 우리에게는 위협이다. 지난해 우리와 대만의 대 중국 상위 50개 수출품 가운데 중복 품목은 28개나 된다. 우리 대중국 수출액의 54.3%에 이르는 큰 규모다. 우선 절대 수출량이 많고 품목 내 조기수확 대상품목의 비중이 높은 석유화학ㆍ섬유ㆍ의류 산업에서 부정적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대만이 '신정화계획'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중국 내수시장 공략이 가속화돼 우리보다 앞서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일본 등 외국 기업의 대만을 통한 우회 생산 및 수출과 중국기업의 대만 우회 생산 후 제3국 시장 수출 등의 가능성도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위기와 기회는 함께 오는 법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중국ㆍ대만 ECFA를 우리의 대중국, 나아가 동아시아 무역 전략을 되짚어보고 새롭게 가다듬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먼저 대만의 대중 수출 확대로 우리가 입을 피해 가능성을 지레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 이번에 중국이 대만에 제공한 조기수확 프로그램 품목이 대만과 한국의 대중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6.1%와 18.0%밖에 안 된다. 더구나 대만은 지금까지 중국을 주로 가공생산 기지로 활용해왔다. 지난해 대만의 대중 수출에서 가공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63.8%인 반면 일반무역은 23.3%에 불과했다. 현재 중국의 정책이나 임금상승 추세 등 환경변화를 감안하면 ECFA 체결에 따른 관세감면 효과를 반영하더라도 대만의 가공무역 수출이 크게 늘어나기 힘든 구조다. 물론 대만은 이번 ECFA를 중국 내수시장 공략을 확대하는 기회로 삼겠지만 이 역시 우리에게 직접적인 위협은 되지 못한다. 중소기업 중심의 생산품목과 규모, 상대적으로 취약한 브랜드 경쟁력 등을 감안할 때 대만 단독으로 중국 시장에 빠르게 침투하기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면 우리의 대중국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 부품과 선박 부품을 대만이 추격해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대만기업의 중국 내수시장 개척은 오히려 우리 수출을 이롭게 할 수 있다. 대만의 중국 진출이 늘어날수록 현지 대만기업의 생산에 필요한 우리 중간제품과 부품ㆍ소재 수출이 증가할 수 있다. 현재 대만의 최대 수출품은 집적회로ㆍ메모리ㆍ액정표시장치(LCD) 등인데 우리나라에서 대만으로 가는 품목 역시 메모리ㆍ전자프로세서 등이다. 한국ㆍ대만ㆍ중국 간에는 가공무역 생산을 둘러싼 분업적 가치사슬이 있음을 주목하고 그 기회를 이용해야 한다. 韓·中 FTA 지렛대로 활용을 다음으로 우리는 ECFA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좋은 참고사례, 더 나아가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 ECFA에는 두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다. 하나는 상품무역과 서비스 무역 일부에 대한 조기수확 프로그램만 확정하고 나머지 대부분의 협정은 향후 과제로 남겨놓은 미완의 협정이라는 점이다. 또 하나는 중국이 그간 홍콩과의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 외에는 수용한 적이 없던 서비스 무역을 이번에 조기 개방대상으로 삼았을 뿐만 아니라 향후 가능성까지도 열어뒀다는 점이다. 그런데 양안 간 후속 협상은 앞으로 진행될 한중 FTA와 시기적으로 맞물리게 된다. 중국ㆍ대만 ECFA가 체결된 시점에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기 위해 지혜를 모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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