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아우내 장터

양정록 <생활산업부장>

오늘은 일제 치하에서 온 겨레가 빼앗긴 조국을 되찾기 위해 분연히 일어선 3ㆍ1운동 86돌이 되는 날이다. 일제의 총칼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민족의 역량을 하나로 결집했던 그날의 가슴 벅찬 감격은 세월의 풍화 속에서도 결코 변하지 않는다. ‘아우내 장터’는 기미독립운동이라고도 하는 3ㆍ1만세운동의 발생지이다. 지난 1918년 이화학당 고등과 교비생으로 입학한 유관순 열사는 1919년 3ㆍ1운동이 발발하자 학생들과 함께 가두시위를 벌였고 일제 총독에 의해 학교가 휴교에 들어가자 만세시위를 하기 위해 즉각 고향으로 내려갔다. 재래시장 활성화 정책 기대 이어 천안ㆍ연기 등의 학교와 교회 등을 방문해 만세운동을 협의, 그해 4월1일 아우내(병천ㆍ竝川) 장터에서 3,000여 군중에게 태극기를 나눠주며 시위를 지휘하다가 출동한 일본 헌병대에 체포됐다. 그 후 3년형을 선고받고 항소, 서울의 법정에서 재판을 받던 중 일본인 검사에게 걸상을 던져 법정모독죄가 가산돼 7년형을 선고받았으며 서대문형무소에서 복역 중 갖은 악형에 시달려 옥사했다. 병천은 천안 독립기념관 옆의 조그만 옛날 시골장터 이름이며 조선시대부터 장이 열리던 곳으로 아우내 장터로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장날이면 진천ㆍ아산ㆍ청주 등에서도 장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던 규모가 큰 시골장터다. 지금은 병천 순댓국으로도 유명하다. 우리 삶의 숨결이 배어 있는 이 시장에 정부가 최근 ‘2005년도 재래시장 활성화 종합대책’을 발표, 오늘부터 시행한다고 한다. 공동상품권 발행, 재래시장 상거래에 정보기술(IT)시스템 도입, 재래시장 구조조정 추진 등이 주요 골자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국내외 대형 할인점 등에 의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는 재래시장 상인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과 희망의 근거를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재래시장과 관련된 체계적인 조사ㆍ통계자료 등이 미비한 만큼 보다 치밀한 통계조사 도입과 공무원들의 현장참여가 필요하다. 특히 홍보가 안된 재래시장 상품권, 주차장 설립 등은 정부의 노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현실성이 적어 보인다. 실제 재래시장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은 차가 없거나 차를 가지고 오지 않는 만큼 현재 주차장을 만든 곳도 그다지 효과가 없는 상태다. 게다가 인위적으로 시장을 만들고 없애겠다는 발상도 전형적인 탁상행정으로 여겨진다. 지금까지 정부나 정당이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여러 가지 제안을 했고 그동안 활성화에 대한 논의도 많았으며 지원도 있었다. 하지만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예측한 재래시장 활성화 대책은 매우 적었던 것도 사실이다. 재래시장 활성화는 지역경제 활성화의 주요한 계기가 되는 만큼 재래시장이 가진 ‘관계성’과 ‘역사성’에 주목해 활성화 전략이 종합적으로 세워져야 한다. 우리 국민의 시장에 대한 기억은 남다르다. ‘남이 장에 가니 거름 지고 장에 간다’는 속담이 있다. 줏대 없는 사람을 비꼬는 말이다. 하지만 거름을 지고라도 가봐야 할 장이었다. 시장은 단순히 물물교환하는 장소만은 아니었다. 다른 지역의 소식을 전해듣던 곳도 장이었으며 시집간 딸을 만나는 곳도 장이었다. 3ㆍ1만세운동이 이 시장터를 중심으로 일어났던 것도 이런 이유였다. 시장은 한국의 오랜 역사와 더불어 농촌의 경제ㆍ사회ㆍ문화ㆍ생활의 중심지이자 지역공동체의 핵심 기구였던 셈이다. 세계적인 문화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가 세계 어느 나라를 가든 시장에 가야 그 나라를 알 수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연유에서다. 때문에 시장은 보이지 않는 도시이자 공동체의 축소판인 것이다. 稅감면등 지원 뒷받침 돼야 재래시장 활성화 전략의 가장 근본적인 것은 재래시장을 많이 찾는 서민경제 살리기가 전제돼야 한다. 또 문화ㆍ테마가 있는 공간으로 리모델링해 고객들을 돌아오게 하고 세금 감면, 보증금 지원, 저리대출 등 실질적으로 시장 상인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정부는 광복 60주년을 맞은 올해 3ㆍ1절 기념행사를 오늘 세종문화회관이 아닌 이화여고 내 유관순기념관에서 치른다고 한다. 80여년 전 선각자들이 내건 3ㆍ1정신이 오늘날에는 무엇을 해방시켜줄 것인지 삼일절 아침 우리 삶의 애환이 흠뻑 담긴 시장을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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