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8월 19일] '공정한 사회'의 조건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의 화두로 '공정한 사회'를 내세웠다. '공정한 사회'의 정의에 대해 출발과 과정에서 공평한 기회를 주되 결과에 책임지는 사회, 패자에게 기회가 주어지고 승자가 독식하지 않는 사회, 큰 기업과 작은 기업이 상생하고 서민과 약자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사회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의 '공정한 사회' 제안 배경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선진국 진입을 위해 우리 모두가 정착시켜야 할 가치라는 점에서는 이의를 달기 어렵다.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 공정한 사회 구현은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이 필수

그러나 공정한 사회가 결코 구호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공정한 사회는 국민 모두가 예외 없이 법 앞에 평등한 사회다. 법과 제도의 선진화와 함께 법을 지키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정착돼야 하는 것이다. 특히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과 엄격한 도덕적 의무가 요구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아직 이런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20일부터 시작되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제기되는 각종 의혹들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후보자 가운데 1명만 제외하고는 모두가 흠집투성이다. 위장전입은 기본이고 부동산투기ㆍ세금탈루 등 보통사람이라면 쉽게 생각하지 못할 부정행위들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더 가관인 것은 이런 부정행위에 대해 큰 죄의식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식과 배우자의 핑계를 대며 정작 본인에게는 큰 잘못이 없다는 투다.


이 정부에는 그렇게도 사람이 없는지, 도대체 청와대의 인사검증시스템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국민소득 3만달러, 4만달러를 넘어 아무리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산다고 한들 법을 지키지 않고 반칙을 일삼는 이런 사람들이 행세하는 한 결코 공정한 사회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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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사회는 또 승자는 거만하지 않고 겸손하며 약자를 배려할 줄 아는 인심이 넉넉한 사회일것이다. 소외계층이 상대적 빈곤과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세심히 배려할 줄 아는 것이야말로 성숙한 시민정신이요, 선진사회의 덕목이다. 어느 사회나 빈부격차와 갈등은 있게 마련이다. 선진국이라고 해서 결코 예외는 아니다. 그럼에도 선진국들의 사회적 갈등이 우리보다 적은 것은 승자가 독식하지 않고 약자와 함께 나누고 베풀기 때문이다.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패자에게도 언제든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도 공정한 사회의 미덕이다. 미국 경제의 활력은 바로 패자부활을 허용하는 사회시스템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그런 지속가능하고 공존공영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약자ㆍ패자도 배려할 줄 알아야

양극화 문제도 공정사회 구현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양극화는 사회의 역동성을 떨어뜨리고 계층 간 대립과 갈등을 심화시킨다. 부모가 부유하면 자식도 좋은 교육을 받아 부모와 같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물려받을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본인의 능력만으로 계층이동이 가능했던 구조에서 그렇지 못한 구조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또 지금과 같은 대기업 중심의 성장과 수출 일변도 정책이 계속되면 개인ㆍ자영업자ㆍ중소기업의 추락을 막을 수 없다.

양극화 심화는 사회 통합과 경제 선진화를 멀어지게 하고 종국에는 사회불안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정부의 친서민ㆍ상생 드라이브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라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대기업들도 이에 적극 호응하고 있어 일단 기대를 갖게 한다.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관심이 관건이다.

역대 정부는 특권과 반칙 없는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한다며 숱한 구호를 외쳐왔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그런 구호와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공정한 사회'만큼은 반드시 결실을 맺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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