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반도의 화해·협력 물결

짝사랑은 설렘을 준다. 그것만큼 애달프고 마음 졸이는 일도 없다. 하지만 일방적 사랑은 불행하게 끝나는 경우가 적지않다. 서로간에 기대수준이 아주 다르기 때문이다. 즉 상대를 바라보는 눈높이가 문제다. 최근 마지막 냉전의 고도(孤島) 한반도에서 짝사랑에 종지부를 찍는 일이 봇물 터지듯 생기고 있다. 북한이 일련의 접촉에서 남측에 적극적인 화해ㆍ협력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18일 도라산리 소재 남방한계선 2통문 앞에서 거행된 경의선 철도ㆍ도로 연결 착공식. 이날 행사는 북측 군부가 닫힌 마음의 '빗장'을 열어제치고 비무장지대의 일부 개방을 용인했기에 가능했다. 엄밀히 말하면 북측은 자신들의 '평화의지'를 살짝 보여준 대가로 우리측의 막대한 자본을 빌려 열악한 경제사정을 개선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통일부에서 근무하는 L 과장은 "어려운 실정의 북측은 남측과의 협력 외에는 선택의 폭이 적지 않느냐"며 "군사적 조치가 뒷받침된 만큼 실현 가능성도 어느 때보다 높을 것"이라고 말해 기대감을 반영했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할까. 북측은 심각한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남측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그런 만큼 남쪽뿐만 아니라 한반도 주변 열강과의 관계 재정립에도 신경쓰고 있다. 지난 17일 북한은 일본과의 첫 정상회담을 통해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요구를 접고 경제협력방식으로 과거를 청산하기로 합의했다. 여기에다 북측은 이번 회담에서 미사일 발사 유예연장을 약속하고 핵에 관한 국제적 합의 준수를 다짐해 부시 행정부에 '러브 콜'을 보냈다. 분명 지금 한반도는 '대화와 협력의 르네상스'가 도래한 느낌이다. 하지만 정부가 명심해야 할 대목은 한반도에서 이권을 잃지 않으려는 미국과 일본 등이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북측은 남측의 한결같은 포용정책에도 불구하고 엉뚱한 행동으로 기대를 저버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이제 남측과 북측은 모처럼 기대수준을 조율해가고 있다. 남북은 열강들 틈에서도 눈높이를 주도적으로 맞춰가야 한다. 이상훈<정치부>기자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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