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구조개혁 더 과감하게(사설)

지금 우리경제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곤 하지만 체감경기는 한 겨울이나 다름없다. 경기침체, 국제수지적자, 외채급증, 실업증가, 노사갈등 등 어느것 하나 나아진게 없다. 이 판국에 금융개혁을 둘러싸고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은 밥그릇 싸움이 한창이다. 경제정책이 제대로 집행될리 없다.올들어 세계경제는 미국이 호황국면의 계속이고 유럽·남미 등은 호황으로 들어섰다. 「헤이세이(평성) 불황」이라는 유례없는 경기침체로 부동산 시장이 완전 몰락한 일본도 기지개를 펴고 있다. 세계는 이처럼 잘나가고 있는데 우리경제는 아직도 바닥을 기고 있다.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상황은 총체적 위기로 볼 수 있다. 지금의 위기는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러나 나라가 이지경이 된데 대해 어느 누가 발벗고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없다. 부도 도미노가 중견 그룹을 넘어선지 오래다. 정부는 임금·금리·땅값·물류비용 등의 상승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고비용 저효율 탓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는 결과일 뿐, 원인의 해결은 되지 못한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구조개혁 없이는 풀기가 어렵다. 국제환경이 급변하고 있는데도 정부와 기업, 국민들은 과거에 안주하고 있다.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의식개혁 없이는 가능성이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금처럼 낙후되고 왜곡된 구조로서 남북통일에 대비하고 또 다가오는 새로운 경쟁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우려된다. ○세계는 호황 우리만 침체 우리보다 앞서 국민소득 1만달러를 달성한 나라들 가운데는 1만달러 고비에서 좌절한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도 이들 나라의 전철을 밟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1만달러 시대의 우리 상황은 거의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선진국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술개발력, 87년이래 평균 16.3%씩 상승한 고임금, 선진국의 10배에 달하는 규제건수, 일본보다도 비싼 공단분양가, 경쟁국가의 2∼3배에 달하는 금리 등은 모두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개혁대상이다. ○대선주자 경제능력 검증을 현상을 알면 원인분석에 이어 대안이 나오고 정책처방에 따라 그 효과가 나타나야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어떤 가시적인 효과도 보이지 않는다. 차기 대선 주자들도 경제문제만은 접근을 피한다. 미국·영국·프랑스 등은 경제상황에 따라서 집권당이나 대통령이 다시 권력을 잡거나 야당으로 조락했다. 우리나라의 대선주자들은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그 능력을 검증할 길이 없다. 정부는 지난주 21세기에 대비한 경제정책과제를 발표했다. 이들 과제는 대부분 이미 잘 알려져있는 것들로 새로운 내용은 없다. 그러나 구조개혁 측면에서는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정부는 작은 정부 실천에 앞장서야 한다. 비생산적 부분의 인력을 과감하게 방출, 우수인력을 산업계에 공급해야 한다. 정부인건비를 동결하되 인력감축으로 1인당 인건비를 상승시켜야 한다. 공기업과 공공서비스부문을 민영화, 예산을 절감하고 규제도 대폭 완화해야 한다. 또 이 정권에서 시작된 금융개혁은 다음 정권에서도 계속돼야 할 것이다. 자금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자본효율성을 높이려는 금융개혁은 세계적인 추세다. 이에 뒤질 경우 우리 금융산업의 쇄락은 물론 제조업의 경쟁력까지도 낙후될 우려가 있다. ○깜짝쇼 그만,의식개혁해야 산업구조면에서도 경쟁력이 없는 산업은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미국은 산업의 주류를 거의 정보산업으로 전환시켰다. 우리도 벤처산업을 육성하고 새로운 경영자의 등장을 장려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경쟁력 없는 재벌들에게는 과감한 구조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재벌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금융 및 세제지원은 효율을 따져 재편되어야 한다. 일시적인 붕괴와 충격을 두려워하지 말고 재벌 자체가 변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일본의 경기회복은 일본정부의 강력한 규제완화 의지와 각종 개혁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서 비롯됐다. 우리정부도 이젠 「깜짝 쇼」와 같은 일시적 개혁보다는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개혁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 기업들도 외적 성장보다는 내실을 기할 수 있는 다운사이징(감량경영)과 정보역량 강화로 고부가가치 창출을 꾀해야 한다. 백화점식 경영을 버리고 선택과 집중전략으로 부문 대형화와 전문화로 나가야 할때다. 이를 위해서는 철저한 자기비판과 진단이 따라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국민 스스로의 의식개혁이다. 우리가 변하지 않으면 지금의 위기적 구조에서 헤어 날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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