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1년 짜리 재테크는 버리자

윤태순 <자산운용협회장>

전세계적으로 인터넷이 발달하고 투자도 온라인화되면서 펀드투자도 단기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난 70년대에 선진국의 펀드 평균보유기간이 10년이던 것이 2000년에는 약 4년으로 짧아진 것을 보면 이러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전세계적으로 투자기간이 짧아졌다고는 하지만 4년이라는 평균보유기간은 펀드보유기간이 1년 이내인 우리의 현실과 비교해보면 여전히 부러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장기펀드가 이렇게 활성화되지 못한 것은 기업연금과 같은 장기 투자자가 없고 주식시장의 변동성과 기업의 투명성 부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으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대부분 투자자가 장기투자에 익숙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에서는 장기투자로 시장수익률을 초과하는 수익을 얻을 수 없는 것일까. 장기투자를 전략으로 내세우고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F투신이 운용하는 주식형 펀드의 경우 99년 초 설정된 이후 현재까지 종합주가지수가 47% 상승하는 동안 133%의 높은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는 사실은 오히려 장기투자가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최근 우리의 투자문화도 변화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3년 이상 불입해야 하는 적립식 주식형 펀드가 붐을 이루면서 약 100만계좌에 2조원 정도의 판매고를 보이고 있다. 적립식 펀드는 주식의 매입평균단가를 낮출 수 있고 경기사이클을 회피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또한 장기펀드는 우량하고 성장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므로 저금리가 지속되고 부동산투자가 매력을 잃은 상황에서 매력적인 투자수단으로 등장하고 있다. 국가적으로도 장기투자방식의 확산은 매우 바람직스러운 현상이다. 미국의 경우 장기 적립식 성격의 퇴직연금을 통해 주가가 상승하고 주가상승이 다시 투자자금을 유인하는 선순환 구조가 80년대 이후 작동해 장기간 증시의 상승을 가능하게 했다. 이러한 증시의 활황이 미국 경제활성화의 원동력이 됐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퇴직연금이 조만간 도입될 예정이고 적립식 주식형 펀드 붐에서 알 수 있듯이 장기투자의 필요성에 대해 투자자들이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이제 장기투자 문화의 정착을 위한 업계의 노력에 정부의 정책적 지원만 더해진다면 우리 주식시장도 장기간의 침체고리를 끊고 재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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