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솔로몬 재판정에 선 공공기관

이혜진 기자<부동산부>

“옥동자는 내 거야” “무슨 소리! 옥동자는 내가 우리집으로 데리고 가야 돼!” 두 여인, 아니 여러 여인이 한 아이를 두고 서로 자신의 아이라며 싸우고 있다. 솔로몬의 재판정에서라면 아이를 칼로 나눠 가지라는 재판관의 명령에 진짜 어머니가 아이를 포기하고 아이는 온전히 진짜 엄마의 품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솔로몬의 재판정이 아닌 이곳 한국에서는 엄마들의 욕심에 아이를 갈기갈기 찢으려는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한국판 솔로몬의 재판에서 아이는 바로 이전 대상 공공기관들이고 엄마를 자처하는 이들은 이전 지역의 각 지방자치단체다. 정부는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176개 공공기관을 전국 12개군으로 나눠 광역시ㆍ도 단위로 이전, 지역마다 혁신도시 건설을 유도하고 있다. 정부에서 제시하고 있는 혁신도시의 모습이란 신시가지 혹은 신도시를 건설해 공공기관을 이전시키고 공공기관들을 촉매로 해 관련 기업, 연구소 등을 끌어들여 지역 개발의 구심점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혁신도시의 꿈’이 시ㆍ군ㆍ구 등 기초 단위의 공공기관 유치 쟁탈전이 벌어지면서 벌써부터 갈기갈기 찢어질 위험에 직면했다. 상주시ㆍ안동시 등 경북북부 지역 혁신협의회는 최근 “대구 인근의 혁신도시 건설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경북도 분도를 해서라도 공공기관을 데려오겠다”고 밝혔다. 특히 일부 시는 A공사가 우리에게 오면 상품권ㆍ전원주택 등을 주겠다며 욕심을 내비치고 있다. 광역시장과 도지사가 해양경찰대학을 제외한 공공기관을 한군데로 모으겠다고 일찌감치 천명한 광주ㆍ전남 지역에서도 기초 자치단체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B공사는 우리에게 줘야 한다”며 기초단체들이 서로 으르렁거리고 있는 것. 이같이 쟁탈전이 가열되자 정부는 뒤늦게 “공공기관을 집적시키지 않을 경우 재정 지원 등에 있어 불이익을 주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그러나 혁신도시 건설 성공을 통한 지역균형개발보다는 ‘균형개발이야 어찌됐던 우리 시ㆍ군ㆍ구에 유치하고 보자’는 볼썽사나운 쟁탈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개최됐던 혁신도시 심포지엄에서 만난 한 이전 대상 공공기관 종사자는 이 같은 기초자치단체의 쟁탈전에 씁쓸한 마음을 토로했다. “공공기관 종사자가 ‘봉’이냐”며 “아이야 찢기든 말든 한 조각이라도 가져가겠다고 싸우는 솔로몬의 재판정 계모들 손에 내맡겨진 기분”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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