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전국토의 레저단지화 우려(사설)

정부는 지난 3일 「여행관련산업의 경쟁력 제고 대책회의」를 갖고 관광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서 특히 주목을 끄는 대목은 민간기업의 관광휴양시설에 대한 투자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콘도미니엄(콘도)에 대한 금융기관의 여신규제를 철폐한다는 내용이다. 지금까지 콘도는 골프장업, 도박장업, 대형식당업 등과 함께 금융기관의 여신금지 업종에 들어가 있었으나 이번에 규제를 벗어나게 된 것이다.정부가 관광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이같은 대책을 마련한 배경에 대해서는 십분 이해가 간다. 우리나라의 여행수지 적자 추이를 보면 지난 89년 여행자유화 조치이래 악화되기 시작, 작년에는 26억2천만달러(관광 15억1천만 달러, 유학연수 11억1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여행수지 적자는 올 들어서도 수그러들지 않고 불어나 1, 2월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65%나 급증한 6억1천만 달러(관광 4억1천만달러, 유학연수 2억달러)에 달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이번 종합대책의 포인트를 「내보내는 관광에서 붙잡아 두는 관광」으로 잡은 것은 바른선택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정부의 이같은 정책전환이 자칫 기업들로 하여금 너도나도 레저산업에 뛰어드는 기폭제가 돼, 전국토를 레저단지화 하는 전기가 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방자치시대에 접어 들면서 지자체마다 세수증대를 위해 마구잡이 개발에 나서, 지금 우리 산하 곳곳은 벌거벗겨진 채 황폐화 돼가고 있는 형국이다. 강원도 오대산 자락에 최근 건립된 호텔 킴스 클럽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경관 좋고 눈길이 가는 곳마다 콘도·러브호텔이 들어 찼다. 레저산업은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어서면서부터 급격히 발전한다고 한다. 가까운 일본은 지난 84년에, 그리고 대만은 92년에 각각 1만달러를 돌파, 지난해 겨우 1만달러 시대에 진입한 우리보다 앞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또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일본의 경우만 하더라도 당시 「거품경제」에 힘입어 전국토를 레저단지화해, 90년대초까지 좁은 땅덩이에 무려 5백여개의 골프장을 새로 만들어 지금은 모두 2천여곳의 골프장에서 흘러나오는 오·폐수 등으로 지역 주민들과 곳곳에서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레저화는 또 별장 붐도 불러 일으켜 땅값 폭등의 주범이 되기도 했다. 일본의 경험을 보더라도 콘도는 휴양시설로서 경관이 수려한 곳에 자리잡게 된다는 점에서 개발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또한 경제적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은행의 여신 방향이 과소비·행락풍조를 조장할 우려가 있는 레저산업쪽으로 줄기를 잡는다면 이것은 정부의 당초 의도와도 어긋나는 것이다. 은행의 여신은 제조업, 특히 중소기업에 우선 순위를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