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여야도 "공정법 개정" 공감대

"인수합병 제약 국내기업만 역차별" 인식<br>민노당·진보성향 의원 반대 합의까진 험난

정치권에서도 변화하는 국제적 흐름을 반영해 공정거래법을 개정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국회 규제개혁특별위원회가 그 중심. 김종률 열린우리당 의원을 비롯한 규제개혁특위 소속 의원들은 경제가 지금처럼 침체된 상황에서는 법제도가 대기업 등 경제주체들에 대한 규제보다는 투자를 활성화시키는 쪽으로 고쳐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규제개혁특위 열린우리당 간사인 김 의원은 3일 “국경이 의미가 없어지고 글로벌 마켓 개념이 자리잡은 상황에서 (공정거래법을) 재정립해야 하는 게 아닌가 논의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현재 공정거래법상에 반영된 대기업 정책은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글로벌스탠더드에 맞게 새로운 기준의 정립이 절실하게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핵심사안은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이란 시대의 흐름에 맞는 독과점 규제의 재정립. 김 의원은 “정치권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업무조정과 공정거래법의 개정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을 때 국책연구기관인 KDI가 관련 보고서를 내놓은 것은 이론적인 뒷받침을 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특위 소속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도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울 때는 ‘공정성’의 원리도 중요하지만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규제성 법안들은 당장 폐지돼야 한다”며 동조했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현재 공정거래법이 시대에 뒤처져 기업 인수합병(M&A)의 애로요인으로 작용하고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을 제도화하고 있다는 인식에서다. 김정훈 의원은 “외국기업들은 핵심기술을 가진 국내 벤처기업을 인수하는 데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 반면 국내기업들은 공정거래법에 묶여 M&A나 투자에 제약을 받고 있다”며 “시장원리에 맞게 법이 고쳐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KDI 보고서와 관련, “법은 경제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조정돼야 한다”며 “특위를 중심으로 보고서의 지적을 반영시킬 수 있는지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공정위의 역할도 대기업에 대한 경제검찰에서 자유로운 경쟁,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요소를 해소하는 데 맞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걸림돌이 깔려 있다. 열린우리당 내 진보성향의 의원들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대부분 공정거래법의 완화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규제개혁 차원의 논의가 시작되고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정치적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넘어야 할 고개가 많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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