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업이 움직이면 집값도 움직인다

서초동 삼성타운 전경

인천 송도 국제업무지구




충남 당진군은 지난 몇 년간 높은 땅값 상승률을 나타냈다. 수년 전부터 지방 부동산시장은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지만 유독 당진 부동산시장만은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지난 2008년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이유로 거의 10년 만에 처음으로 전국 땅값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당진은 오히려 5,62%의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해에도 2.56% 상승해 전국 4위 상승률을 기록했고 올 1월과 2월 역시 전달 대비 각각 0.56%, 0.5% 오르며 꾸준한 오름세를 지속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당진 부동산을 움직인 힘은 바로 '대기업'이라고 단언한다. 당진군 석문면 일대에서 지난 2006년 10월부터 시작된 현대일관제철소 공사는 협력업체와 건설 인력을 포함해 약 17만 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시켰다. 동국제강ㆍ동부제철ㆍ대한전선ㆍ현대하이스코 등 다른 대기업들 역시 당진에서 공장을 가동 중이거나 건설 중이다. 이들 기업은 해마다 3,000~5,000명에 달하는 인구를 당진으로 유입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늘어난 인구에 따른 주택 임대 및 매매 수요 창출, 구매력 있는 소비자 창출로 인한 상권 활성화, 그에 따른 상가 매매값ㆍ권리금 상승 등 대기업이 지역에 들어서면 부동산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매우 크다"고 말했다. 그래서 '대기업만 따라다니면 부동산 투자는 성공한다'는 말도 나온다. 기업 및 공장의 이전이 지역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앞으로 기대되는 대기업 이전지는 어디인지, 어떤 투자상품이 유망한 지 등을 알아봤다. "대기업등 속속 입주 기대" 판교·송도에 투자자 시선집중
■ 기업이 움직이면 집값도 움직인다
인구유입으로 주택 수요 창출 기대감 중소형 아파트·오피스텔등 관심 높아
너무 서둘러 투자하면 자금 묶일수도 기업이전 1년전이 가장 이상적 타이밍
상권1번지로 불리는 강남역 주변상가는 지난 2007~2008년 사이 가격뿐 만 아니라 점포구성에서도 큰 변화를 보였다. 1년새 권리금이 1억원 이상 오르고 점포 매매가가 많게는 두 배 이상 뛴 것. 20대를 타깃으로 삼던 업종 일색이던 점포 구성에도 변화가 생겨 30~40대를 대상으로 한 고급 음식점들도 크게 늘었다. 이 같은 변화를 가져온 것은 다름 아닌 서초동 '삼성타운'이었다. 대규모 삼성타운에 탄탄한 구매력을 갖춘 9,000여명의 샐러리맨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생긴 특수가 강남역 상권을 바꿔놓은 것이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1만 여명의 직원이 상주하는 대규모 오피스빌딩이 들어선다면 이에 따라 1.5배 정도의 유동인구가 파생된다"며 "해당지역의 실질 인구가 2만5,000여명 늘어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기업 종사자들은 구매력이 높은 파워 소비층으로 상가의 고객 1인당 매출액도 크게 높아지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타운' 효과처럼 대규모 오피스빌딩이 상권을 변화시킨 사례는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분당신도시 정자동에 자리잡은 NHN의 신사옥 '그린팩토리'의 경우 상근 임직원만 3,000여 명에 달한다. 주변 음식점들이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신메뉴를 개발하고 은행 및 상가에서 'NHN의 입주를 축하한다'는 플랜카드를 내걸고 있는 것은 당연한 셈이다. 상권 활성화에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신도시나 택지지구에 기업 본사 등이 들어서면 '베드타운'을 '자족도시'로 변모시키기도 한다. 인구유입은 주택 수요를 창출, 전셋값은 물론 매매가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일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파주에 조성된 LG디스플레이의 LCD클러스터다. LCD클러스터는 지역 미분양과 전세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화성 동탄신도시나 수원 영통지구가 탄탄한 수요를 유지하며 인기 택지지구로 자리잡은 것 역시 삼성 반도체사업장의 후광효과가 컸다. 부동산써브의 함영진 실장은 "생산기능이 포함된 기업이나 공장의 유치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의외로 크다"며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면 인구 유입이 늘고 소비력이 높아져 주택 구매 유효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무엇에 투자할까?= 지역내 대기업이 입주를 하는 것이 부동산에 끼치는 영향은 다양하다. 가장 먼저 기대해볼 수 있는 것은 주택 수요 증가로 인한 인근 전셋값 상승이다. 기업 이전에 따라 단기간에 이주 수요가 늘며 공급 부족현상을 빚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NHN 신사옥이 위치한 분당 정자동 인근 아파트는 최근 '전세품귀' 현상이 일어나며 주택형에 따라 1,000만~3,000만원 가량 가격이 뛰었다. 특히 대부분 기업체들은 수도권 및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직원들에게 주택 구입이나 임대를 위한 비용을 장기저리 혹은 무이자로 지원해주는 경우가 많다. 인근 오피스텔이나 아파트를 직접 구입해 기숙사를 운영하는 곳도 적지 않아 지역의 유효 주택 수요 창출 역할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지방의 경우 기업 본사나 공장 인근 중소형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스피드뱅크의 이미영 팀장은 "현재 거주하는 곳과 다른 곳으로 발령난 미혼 직장인의 경우 주택 구매보다는 임대를 선호하게 된다"며 "1인 가구가 선호하는 소형 주택이나 오피스텔 등의 수익형 부동산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넥타이 부대' 유입에 따른 상권 활성화를 기대한다면 상업시설을 매입하거나 분양받는 것도 고려할만 하다. 다만 이 경우 해당 지역에 예정대로 대기업이 입주를 원활히 진행하는지, 또 상권이 제대로 활성화될 지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선종필 대표는 1. 주상복합이나 대형아파트 등의 고급 주택 투자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상업시설이 고도로 발달하고 인구 및 차량 수가 크게 늘어 오히려 주거 환경 악화될 우려도 제기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의 경우 집값 상승여력이 낮은데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곳이 많아 주택에 대한 투자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기대되는 대기업 이전지는 어디= 전문가들은 연구개발 센터 등으로 조성되는 판교 테크노밸리와 국제업무지구 조성중인 인천 송도를 추천했다. R&D 특화지구로 지정된 판교 테크노밸리에는 2015년까지 66만1,915㎡의 부지에 정보통신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문화콘텐츠기술(CT), 초정밀기술(NT) 등과 관련된 첨단 연구시설이 들어선다. 엔씨소프트, 안철수연구소 컨소시움, NHN, 네오위즈 등 입주를 확정하거나 계획하는 기업이 많아 앞으로 강남 테헤란밸리를 대체하는 업무지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특히 기업의 입주가 원활하게 이뤄질 경우 상주인구만도 16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여 소위 '넥타이 부대', '화이트 컬러' 등으로 지칭되는 '파워 소비층'이 확보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판교 테크노밸리 SD-1블록에 건립중인 유스페이스몰은 지하5층~지상12층 규모로 조성되며 미디어윌, 중소기업은행, 인포뱅크 등 32여개의 기업이 건물 상층부에 입주 할 예정이다. 지하4층~지상10층 규모로 조성되는 에이치스퀘어 역시 코람코자산신탁, 우리은행, 동부증권 등의 기업 입주가 예정돼 있다. 인천 송도 역시 다국적 기업 및 국내 대기업이 속속 입주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지역이다. 실제로 지난 18일 포스코건설이 신사옥 '포스코이앤씨타워'로 오는 7월까지 총 1,300여 명의 임직원의 입주를 완료할 계획을 발표하며 지역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다국적 기업 유치와 대학 캠퍼스를 개교등의 호재까지 겹쳐 있는 만큼 인구 유입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송도 일대에 공급된 아파트 및 주상복합 대부분의 중대형으로 구성돼 상대적으로 물량 과잉이 우려되는 만큼 대학생 및 미혼 직장인을 위한 소형 오피스텔 임대 사업이 유망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단기 투자를 목적으로 송도, 판교 등의 지역에 투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선종필 대표는 "송도의 경우 최근 포스코건설 외에는 아직 이렇다할 대기업 입주가 없고 판교 역시 아직 준공까지 3년 이상이 남았다"며 "너무 발빠른 투자로 오히려 장기간 자금이 묶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