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업 보유달러 매각해야/거주자 외화예금 등 100억불이상 추정

◎환율 안정·자금난 해소 기여/전경련 등 공동 행동지침 마련을국제통화기금(IMF) 등의 1백억달러 조기지원으로 가까스로 국가부도의 위기를 넘긴 우리 경제가 회생시기를 앞당기려면 재계가 합심해 1백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기업 보유 달러를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재계가 달러를 시장에 내놓을 경우 ▲원·달러환율이 안정되고 ▲이자율도 하향안정세로 돌아서며 ▲국내 외환보유액 확대로 국가신인도가 높아지는 한편 ▲수출환어음 매입(네고)도 조기에 정상화될 수 있어 불확실성과 상호불신으로 증폭된 금융시장의 악순환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개별기업 차원에서는 외환시장의 불안이 가시지 않은 상황이라 선뜻 달러를 내놓기 어려우므로 전경련이나 30대재벌 기조실장회의 등을 통해 달러 매각에 관한 행동지침을 마련, 재계가 경제난국 타개를 위해 솔선수범·단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계의 외환보유액은 한은의 가용외환보유액을 웃돌 정도로 막대한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일 현재 거주자 외화예금이 무려 54억달러에 달하고 해외지사 및 법인이 외상수출대금의 송금을 미루는 방법 등으로 해외에 분산 보유하고 있는 것만도 수십억달러가 넘는 등 재계의 외환보유액은 최소한 1백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재계는 이처럼 막대한 달러를 보유하면서 필요한 자금은 30% 이상의 높은 이자를 물며 시장에서 끌어쓰는 이율배반적인 경영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환율예측이 어렵고 모라토리엄(국가부도)까지 상정되는 형편에 생명줄인 달러를 움켜쥘 수밖에 없었던 그동안의 처지는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호전됐다. IMF와 미국 등이 우리나라에 대해 조기지원을 약속한 만큼 일단 고비는 넘겼다. 우리가 스스로 외환및 자금시장의 악순환을 단절할 수 있는 작지만 소중한 여유를 찾은 셈이다. 재계가 보유달러를 내놓을 경우 금융시스템 붕괴에 따른 환율상승, 금리상승 등 자금시장의 악순환이 일거에 개선되고 선순환의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게 된다. 기업의 달러매각→환율안정→은행 자기자본비율 상승→은행대출 재개→금리하락→기업자금난 해소의 선순환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우선 환율이 안정된다. 1일 거래량이 10억달러 수준인 국내 외환시장 규모를 고려할 때 재계의 달러공급이 시작되면 1천2백원대로 추정되는 적정환율에 도달하는 시간이 크게 단축될 전망이다. 한때 2천원에 육박했던 달러당 원화환율이 지난 주말 1천5백원대로 떨어졌으나 외채원리금 상환부담 등을 감안할 때 아직도 대부분의 국내기업이 버티기에는 힘든 수준이다. 또 환율이 안정되면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높아진다. 이에따라 BIS 자기자본비율 때문에 극도로 움츠러든 은행 대출창구가 다시 열릴 수 있게 된다. 은행들은 연말과 내년 3월말 두차례에 걸쳐 자기자본비율을 국제기준(8% 이상)에 맞춰야 한다. 연말 자기자본비율은 내년중 은행들의 해외차입을 위한 기준이 되고 3월말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IMF 금융산업 구조조정의 근거자료로 사용된다. 따라서 은행들은 연말을 넘기더라도 다시 3월말 자기자본비율 확충에 주력해야 할 처지다. 내년 3월까지는 은행들이 대출창구를 계속 봉쇄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따라서 기업들이 보유외화를 매각, 환율을 안정시킴으로써 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 상승에 도움을 주면 그만큼 은행 대출창구도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은행 대출창구가 열리고 기업들이 달러매각을 통해 원화자금을 조달하면 자금시장 경색도 완화돼 금리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IMF가 고금리를 강요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재계의 달러매각을 강요하기 위해서다. 외환위기로부터 한숨을 돌린 현시점이 재계가 달러를 매각하기에 가장 적합한 시점이다. 이와 함께 해외에 보유하고 있는 달러를 국내에 송금할 경우 한은의 외환보유액도 확대된다. 금융기관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구입, 단기외채를 상환할 수 있어 보유 외환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이 확대되면 해외차입여건이 호전돼 개별기업들이 걱정하는 달러 부족사태나 환율동요의 가능성이 줄어들고 신용장 네고 등 무역부문에 대한 금융권의 지원도 점차 정상화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 결국 숨겨둔 달러의 유입과 외환시장에서의 달러매각은 재계가 합심만 하면 충분히 실천할 수 있는 최선의 공생전략이라는 분석이다.<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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