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래 에너지 셰일가스 확보하자" 美·유럽·中 개발 박차

[글로벌 포커스]<br>美 저비용 채굴기술 힘입어 메이저 업체들 생산 급증<br>유럽, 러 의존도 낮추고 온실가스 감축 위해 시추 동참<br>'대안 에너지' 기대 불구 정치·환경 오염등 해결 과제로


전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은 어디일까? 러시아나 브라질 같은 자원대국들일 것 같지만 실상은 미국이다. 미국은 지난해 총 6,000억 입방미터 이상의 천연가스를 생산, 러시아를 제치고 10여년 만에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으로 부상했다. 러시아는 가장 중요한 외화벌이 수단인 천연가스의 생산을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이지만 미국은 산업 및 난방, 전력용 수요를 충당할 안정적인 가스공급 확보가 우선이다. 미국은 막대한 천연가스 생산국이기도 하지만 천연가스 순수입국이기도 하다. 에너지안보 차원에서 천연가스를 저장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다시 세계 천연가스 시장을 주도하게 된 원동력은 무엇일까. 지난 11일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세계 에너지업체 및 관련 정부기구들이 참석한 IHS 캠브리지 에너지연구협회(CERA) 주최 컨퍼런스에서 가장 큰 화두가 '셰일(shaleㆍ혈암)가스'였다고 보도했다. 참석자들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州), 루이지애나주, 텍사스주 등에서 진행되고 있는 셰일가스 개발을 거론하며 잠재적인 미래 에너지원으로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메이저 에너지기업인 코노코필립스의 짐 멀바 최고경영자(CEO)는 기조연설에서 "셰일가스는 자연이 인류에게 준 선물"이라고 극찬했다. 셰일가스 생산의 확산은 러시아ㆍ카타르 등 기존 주요 공급국가들의 정치ㆍ경제적 영향력을 감소시키면서 천연가스 시장의 재편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 미국에서 시작된 셰일가스 개발 붐 = 천연가스는 일반적으로 유정(油井)에서 추출, 생산된다. 하지만 최근 각광받는 셰일가스는 지하 퇴적층인 셰일층을 분쇄해 메탄가스를 추출하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세계 '비(非)전통적' 천연가스(유정이 아닌 퇴적층에서 추출하는 가스)의 매장량이 920조 입방미터로 이 중 절반이 셰일가스일 것으로 추정한다. 사암층 및 석탄층에 저장된 가스가 나머지 절반을 차지한다. 셰일가스의 존재는 지질학자들에 의해 이전부터 알려졌지만 추출과정에서의 기술적 어려움 때문에 에너지업계는 채산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메이저 업체들은 새로운 대형유전의 탐사에 나서거나 대안 에너지로 캐나다의 오일샌드 등에 눈길을 돌렸다. 메이저 업체들은 하지만 1960~70년대처럼 대형유전을 쉽게 찾지는 못했으며 온실가스 의무감축 등 친환경적 개발의 압력을 받으면서 환경오염 초래 가능성이 큰 오일샌드의 개발도 사실상 접었다. 반면 90년대이후 미국의 중소 에너지업체들을 중심으로 셰일가스 개발에 대한 기술 축적이 꾸준히 이뤄졌다. 단단한 셰암층을 낮은 비용으로 분쇄할 수 있는 '수압파쇄'(hydraulic fracturing)와 '수평굴착'(horizontal drilling) 기술이 그것이다. 뒤따라 메이저 업체들이 가세하면서 셰일가스 생산이 폭박적으로 증가했다.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은 지난 1998년 하루 2,800만 입방미터 미만이었다가 지난해 1억4,100만 입방미터로 5배 넘게 늘었다.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현재 채굴 가능한 셰일가스의 매장량이 앞으로 100년치 수요를 충당할 정도라고 말한다. FT는 "셰일가스 등은 이제 일반 가스보다 더 저렴한 비용으로 개발이 가능하다"며 "이것이 바로 엑슨모빌이 지난해 12월 셰일가스 추출기술을 보유한 XTO를 410억달러에 인수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 유럽과 중국도 가세 = 셰일가스의 특징은 천연가스처럼 일부 지역에 집중된 게 아니라 전세계에 비교적 고루 분포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미국의 개발 붐에 고무된 다른 선진국가들도 자국과 주변 국가들에서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영국의 브리티쉬페트롤리엄(BP)ㆍ로열더치셸, 노르웨이의 스타토일, 프랑스의 토탈 등 유럽의 메이저 에너지업체들은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 헝가리, 폴란드 등 유럽 전역에서 셰일가스 시추사업을 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지(誌)는 전했다. BP의 토니 헤이워드 CEO는 "셰일가스는 시장의 판세를 바꾸고 있다"며 "우선 미국에서 그랬고 전세계에서도 마찬가지 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럽이 셰일가스에 주목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먼저 현재 30%에 육박하는 러시아에의 지나친 천연가스 수급 의존도를 낮추기 위함이다. 또한 전세계의 평균적인 온실가스 감축기준 보다 훨씬 엄격한 유럽연합(EU) 자체의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셰일가스가 다른 화석연료에 비해 환경오염 위험이 적다는 것이다. EU는 오는 2020년까지 전력생산의 20%를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1990년 수준보다 20% 줄이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중국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에도 천연가스 수입의 급증을 예상하고 국영에너지회사들이 올해 자국에서 300억 입방미터의 셰일가스를 생산하도록 목표를 부여했다. 이는 중국의 지난 2008년 천연가스 수요량의 절반 가량에 해당한다. 중국은 또한 셸 등 외국기업들의 자국 내 개발도 허용했다. 중국은 특히 지난해 11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방중했을 때 '미-중 셰일가스 구상(shale gas initiative)'을 맺어 미국 에너지기업들의 첨단 시추기술을 중국의 셰일가스 개발 프로젝트에 적용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 정치와 환경문제 해결 선결돼야 = 셰일가스를 중심으로 한 천연가스가 미래의 에너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정치와 환경 등 여러 분야의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에너지 사용은 정치적 요인들에 큰 영향을 받는 분야로서 특정 정치집단 또는 국가 간의 이해관계에 의해 수요의 정도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셰일가스가 충분한 장래성을 갖고 있지만 전세계적 확산은 미국 정부의 중장기적인 선택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미 정부는 최근 30년 만에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재개키로 하는 등 원자력을 미래 에너지원으로 삼으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직 셰일가스의 일반화는 멀었다는 얘기다. 미 의회에 계류 중인 기후변화법안에 경제성이 낮은 '청청석탄'(clean coal)의 사용조항이 포함됐을 정도로 미 석탄산업이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점도 악재로 꼽힌다. 환경오염 문제도 중요한 이슈다. 환경운동가들은 다른 화석연료에 비해서는 적지만 셰일 역시 가스 추출을 위해 사용된 혼합물이 토양을 오염시키고 특히 지하수에 치명적이라며 시추를 반대하고 있다. FT는 유럽인들은 미국인보다 환경문제에 더 민감한 편이어서 에너지업체들이 추가적인 시추작업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오스트리아 에너지회사인 OMV의 볼프강 루텐스터프러 CEO는 "최종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기대와 환상만 키우고 싶지는 않다"며 "셰일가스가 대안 에너지가 될 지 여부에 대해 지금은 매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 용어설명 ▲ 셰일가스(shale gas) : 지하 퇴적암층인 셰일(shle, 혈암)층에 저장된 메탄가스. 셰일은 오랜 세월 점토가 쌓여 단단하게 굳어진 암석이다. 셰일가스를 비롯해 퇴적암층에서 추출되는 치밀가스, 석탄층메탄가스 등은 유정에서 추출하는 일반 천연가스와 구분하기 위해 비전통적(unconventional)가스로 분류된다. ▲ 수압파쇄(hydraulic fracturing) : 물과 모래, 화학물질 등을 혼합해 고압으로 지하에 투입, 가스가 내재된 암석층에 균열을 일으키는 공법 ▲ 수평시추(horizontal drilling) : 수직방향에서 떨어진 목표지점에 도달하기 위해 미리 설계된 방향, 각도에 따른 경로로 시추하는 기술. 가스 저류층과의 접촉면을 넓혀 분출된 가스를 더욱 많이 회수하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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