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국인 적대적 M&A 허용

내년 4월말까지로 예정된 다자간 투자협정(MAI)의 협상시한을 앞두고 외국인들의 적대적 M&A 허용여부에 대한 찬반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정부는 일단 외국인들의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을 금지하고 있는 현 수준을 유지한다는 입장에서 협상에 임하고 있지만 MAI의 기본정신이 국제적인 공정경쟁, 내국민 대우, 차별철폐에 있는 만큼 우리의 기존입장 관철이 쉽지 않으리라는 지적도 많다. 정부역시 이같은 국제적 조류를 반영, 적대적 M&A는 금지한다는 입장하지만 외국인들의 1인당 투자한도를 6%에서 10%로 확대, M&A 참여를 확대한다고 지난 8일 발표했다. 적대적 M&A찬성론자들은 M&A시장이란 기업 경영권을 놓고 경쟁하는 시장이며 기업자산은 이 시장에서의 완전경쟁을 통해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국내기업의 현실을 들어 외국인 적대적 M&A를 허용할 경우 지나친 방어비용을 지출, 기업들의 체질약화가 우려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을 들어본다.【편집자주】◎찬성/선진국 경영노하우 이전 촉진/산업구조조정 활성화 부도기업 양산 예방/외자유입 손쉬워 금융시장 체질개선 기대/내부자거래등 불공정행위는 감시강화로 해결가능/정광선 중앙대 경영대학장 다자간투자협정(MAI)은 자유로운 해외직접투자와 글로벌 기업에 대한 공정경쟁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국제투자규범을 성립하자는 취지를 지닌다. 이 협정은 직접투자의 형태가 신규투자 뿐 아니라 기업인수, 자산매수 등으로 다양화되면서 그 필요성이 증대되어 왔고 국제투자 활성화와 전세계적인 자원배분의 효율화를 통해 협정에 가입한 모든 나라의 기업과 국민에게 혜택을 줄 것이다. 우리나라는 OECD 가입시 외국인에 의한 우호적 기업인수를 일정조건하에서 허용하면서 적대적 기업인수는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불허하는 유보조항을 설정하였다. 그러나 MAI협상에서도 이러한 유보논리가 받아들여질것인지는 의문이며 유보를 고집해야 할 필요성도 발견하기 어렵다. ○「MAI」 협상시한 눈앞 M&A시장은 경영자들이 경영권을 놓고 경쟁하는 시장이며 기업 자산은 이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하여 그것을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할수 있는 기업과 경영자팀에게 이전된다. 자본시장에서 일어나는 경영권 경쟁이 억제되면 자본의 효율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이는 상품시장에서의 경쟁 억제가 경영 효율을 저하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본시장에서의 경쟁은 상품시장 경쟁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상품시장 경쟁에서 밀려난 기업이 시장에서 퇴출하게 될때까지에는 이미 경쟁력이 악화되어 회복불능의 상태가 되기쉽다. 그러나 경영권시장의 규율기능이 원활히 작동하면 기업이 최악의 상황에 도달하기 전에 경영권의 이전을 통한 새로운 경영전략의 선택과 새로운 자원의 투입이 이루어짐으로써 도산에 따른 자원낭비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게 된다. M&A시장에서의 경영권경쟁은 외국인에 대한 적대적 기업인수를 허용함으로써 더욱 활성화될 것이며 이 경우 우리나라 기업과 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여 최근과 같은 부도기업 양산현상을 방지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예를 들어 금융기관에 대한 적대적 인수가 허용되면 이들의 부실경영이 예방될 것이며 회복불능의 부실화 단계에 진입하기 전에 인수가 일어날 수 있다. M&A시장을 특별히 외국기업에 대해서만 허용하지 않을 이유는 찾기 어렵다. 과거 우리나라 증권시장에서 주가가 국제수준에 비해 너무 낮게 형성됨으로써 외국인에 의한 우리 기업의 인수가 국부의 유출을 가져온다는 논리가 성립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증권시장의 개방이 상당히 진전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우리 증시의 주가순준이 국제수준을 하회한다는 주장은 하기 어렵다. 적대적 기업인수를 외국인에게 허용할 경우 내부자거래, 주식 파킹을 통한 주식대량보유 보고의무(5%규칙)의 회피, 공동보유자 신고규정 위반 등의 사례가 증가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불공정행위에 대한 우려는 외국인 투자에 대한 감시강화에 의해 해결돼야 하며 그것이 외국인에 대하여 적대적 M&A를 불허해야 할 당위성을 제공해 줄 수는 없다. M&A시장을 개방해야 할 필요성으로는 경쟁적 자본시장구조로의 전환이라는 점 외에 다음을 지적할 수 있다. ○자본시장 경쟁전환 첫째, 외국인에 의한 국내기업 인수는 외자유입의 한 형태라는 것이다 외자도입을 추진하면서 신규투자와 기존기업의 인수를 구분할 필요는 없다. 신규투자가 고용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기업인수를 위해 외국인이 투자한 자금도 결국은 내국인에 의해 재투자될 것이다. 둘째, 외국기업에 의한 국내기업 인수에는 외국기업으로부터의 기술, 경영 노우하우, 자본의 이전이 수반되는 것이 보통이다. 외국기업의 국내기업 인수 는 단순한 포트폴리오 투자와는 다르며 양기업간의 시너지효과를 겨냥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상호주의원칙 적용 셋째, 경쟁력 있는 외국기업에 의한 국내기업인수는 외국기업의 국내상품시장 진입의 효과를 가져옴으로써 상품시장에서의 경쟁을 촉진한다. 이러한 효과는 금융 등 서비스 산업에서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넷째, 국내기업에 대한 적대적 인수를 외국기업에게 허용하는 것은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물론 우리나라 기업들이 외국기업을 적대적으로 인수한 사례도 없고 앞으로도 그런 사례가 흔히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이점은 외국기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즉 외국기업에 의한 적대적 인수를 허용한다고 할지라도 그런 사례는 자주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외국기업을 적대적으로 인수하고 나면 기존경영진의 협조를 얻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인수기업 경영진이 현지의 경영환경을 잘 알지 못하여 경영애로에 직면하게 된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세계경제의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소유권에 기초한 국적개념은 희미해지고 「국내기업」의 의미도 글로벌기업에 대응하는 로컬(local)기업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제는 국내에 있는 외국인 소유기업도 내국인 소유기업과 거의 동일하게 국민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하며 외국인에 대한 M&A허용도 이런 시각에서 받아들여져야 한다. ◇약력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졸업 ▲UCLA 경영학박사 ▲미럿거스대학교 조교수 ▲UCLA객원연구교수 ◎반대/증시불안 가중… “아직 이르다”/산업자본 경영권 다툼에 소모 경쟁력 약화/자본취약 유망중기 기술·부 빼앗길 우려 커/통신·유통·건설·운송등 서비스업종 안방상실 가속/엄기웅 상의 조사담당이사 최근 기업구조조정의 촉진을 위해 M&A에 대한 경영권 보호규정을 폐지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외국인의 적대적 M&A 허용과 주식투자제한도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경험·관행 축적부터 더욱이 OECD 회원국이 된 우리나라가 투자시장개방 압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내년 4월까지 국내투자의 자유화 범위를 결정해야 할 다자간 협정(MAI)의 일정과 맞물리면서 이러한 주장들이 상당한 힘을 받고 있다. M&A 활성화을 통해 구조조정을 촉진시켜야할 현 시점에서 적대적 M&A가 필요한 수단중 하나이기는 하다. 그러나 대부분 정책수단이 그러하듯이 적대적 M&A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함께 가지고 있는 양날의 칼과 같다. 공격하는 측과 방어하는 측간의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는 가운데 경영권 쟁탈이 이루어진다. 그 과정에서 양 당사자들은 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모하게 되고 경영주는 경영책임을 소홀히 하기가 쉽다. 그래서 적대적 M&A가 하나의 제도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공정한 ‘게임룰’이 마련되어야 하고 많은 경험과 관행이 축적되어야 한다. 그리고 M&A 시장이 형성되기 위한 제도와 여건이 충분히 조성되지 않으면 안된다. 기업이 하나의 상품으로 거래되는 투자시장형성과 함께 투자정보기관의 운용등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들이 성숙되지 않은 가운데 외국인의 적대적 M&A가 먼저 앞서 나갈 경우 많은 문제점과 부작용이 예상된다. 우선 우리나라의 기업풍토를 들 수 있다. 창업세대의 지배주주 비중이 아직 높아 경영권 애착이 강하고, M&A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크다. 이에 따라 적대적 M&A분쟁이 발생할 경우 경영권 방어에 전력하는 경향이 높기 마련이다. 생산활동에 쓰여야 할 막대한 산업자본이 지분경쟁에 투입되고, 그 결과 기업의 수익성 악화는 물론 국가 전체적으로도 경쟁력 약화를 가져온다. ○그린메일 성행뻔해 둘째, 다양한 경영 기법과 함께 저렴한 조달비용창구를 가진 다국적 기업들은 적대적 M&A에 의한 국재기업 지배가 손쉬어 진다. 국내 중소 창업주가 어렵게 축적한 부와 기술이 이들에게 쉽게 넘어갈 수 있다. 특히 유망 중소기업의 경우, 재무구조는 좋은 반면 자본금 규모는 작「때문에 기업사냥의 좋은 표적이 된다. 세번째로 적대적 M&A가 성행될 때 나타나는 국내 주식시장의 심각한 교란이다. 실질적인 기업 취득이 아니라, 인수 가능성의 기업 주식을 대량거래하면서 시세차익을 노리는 `그린메일`등 투기 행위다. 이는 주식시장의 안정성을 저해하고 다수 일반 소액주주 이익을 희생시킨다. 한편 외국인의 적대적 M&A가 확대될 경우 금융, 통신, 유통, 운송, 건설, 등 경쟁력이 약한 서비스업종들은 국내시장의 상당부분을 이들에게 내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내에서 높은 시장점유를 확보하기 어려운 자동차, 전자, 음식료업 등도 M&A 주요대상이 될 것이므로 국내산업의 기업지배형태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OECD 회원국들은 대체적으로 적대적 M&A에 개방적이다. 그러나 아직도 캐나다, 벨기에, 포르투칼, 핀랜드, 호주, 뉴질랜드 등 많은 회원국들이 외국인의 자국기업 인수에 대해 제한조치를 두고 있다. 그만큼 이들 나라가 외국인에 의한 자국산업 지배를 원치 않는다. 대우의 프랑스 톰슨사 인수실패가 그 좋은 예다. ○법령·제도 정비시급 아직 초기단계에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외국인의 적대적M&A 허용에 앞서 많은 국내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M&A 시장의 활성화 준비단계가 선행되어야 한다. 기업의 구조조정 확산을 위한 세법, 공정거래법 등 관련법령 개정이 시급하다. 그리고 지난 4월 개정된 중권거래법의 강제공개매수제도는 우호적 M&A 조차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 경쟁제한적 기업결합에 대한 탄력적 운용과 함께 공시제도도 강화되어야 한다.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의해 M&A의 순기능이 잘 발휘될 수 있도록 관련제도의 많은 부분이 정비.보안되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정서에 맞는 제도정착과 함께 관행과 경험을 쌓는 일정한 기간이 필요하다. 급하게 먹는 밥이 체한다는 속담이 있다. 부작용 많은 외국인의 적대적 M&A를 성급히 허용하기보다는 좀더 여유를 가지고 선별적이고 단계적인 대책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정부는 다자간 투자협상과정에서 외국인투자의 내국민대우에 대한 유보와 함께 업종별 예외인정범위를 최대 확보함으로서 취약한 국내업종들이 경쟁력기반을 다질수 있는 시간을 벌어 주어야 한다. ◇약력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졸업 ▲상의 조사부장 ▲상의 경제연구센터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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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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