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진重 필리핀 수비크 조선소 1호 선박 완공

"글로벌 생산기지로 본격 도약"<br>4,300TEU급 컨테이너선··· 선주사 시운전서 "품질 퍼펙트" 극찬

한진중공업 수비크조선소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4,300TEU급 컨테이너선이 수비크만에서 시운전을 하고 있다.

“이제는 수비크조선소에서도 고부가 선박을 건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습니다.” (박규원 한진중공업 사장) 지난 17일 필리핀 수비크만의 한진중공업 조선소 앞바다. 우기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뜨거운 햇살만 내리쬐는 조용한 바다에 4,3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한 척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진중공업의 글로벌 생산기지인 수비크조선소가 만들어 낸 첫 작품이다. 지난 1993년 한진중공업이 부산 영도조선소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기지를 찾아 나선 후 15년 만의 결실이다. 한진중공업 임직원을 비롯한 현지 근로자들의 표정에는 ‘해냈다’는 성취감과 묘한 자부심이 어우러져 있었다. 현지에서 만난 디오니시오씨는 “내 손으로 이런 선박을 만든 게 꿈만 같다”며 “이 배는 이제 필리핀에서 큰 자랑거리”라며 감격했다. ◇“선박 품질 퍼펙트”=박규원 한진중공업 사장은 “그동안 외부에서는 조선 인프라가 전혀 없는 필리핀에서 선박에 대해 전혀 모르는 기능인력을 데리고 제대로 할 수 있겠냐는 의구심이 있었지만 이번 선박 완공으로 ‘이제는 할 수 있구나’ 하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12월 수비크조선소 1단계 공사를 완공했을 때만 하더라도 과연 고품질 선박을 생산해낼 수 있을지 확신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해 3월 착공 이후 1년3개월여 만에 만들어낸 첫 선박에 대해 선주사인 그리스 디오릭스사는 6월 초 시운전을 하고 난 뒤 “퍼펙트(perfect)”라는 평가를 내렸다. 선주사는 품질에 대한 만족감 때문에 당초 4일로 예정됐던 시운전 일정을 3일 만에 끝냈다. 수비크조선소의 선박 건조 ‘품질’이 국제 무대에서 처음으로 인정을 받는 순간이다. 수비크조선소가 이처럼 짧은 시간에 고품질 조선소로 자리를 잡은 데는 트레이닝센터의 역할이 컸다. 한진중공업은 현지에 2,500명의 기능인력을 동시에 교육할 수 있는 센터를 만들어 직접 기능인력을 양성, 국내 조선사들이 겪고 있는 만성적인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했다. 박 사장은 “부산 영도조선소는 국내 조선 1번지라는 상징적인 의미에도 불구하고 부지가 8만평에 불과해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며 “세계적인 수준의 생산시스템을 갖춘 수비크조선소를 통해 글로벌 조선회사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속도경영의 결실=한진중공업은 업계에서는 드물게 조선소 건설과 선박 생산을 동시에 추진해왔다. 한진중공업은 독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육상에서 선박 건조를 시작, 1년3개월여 만에 첫 배를 완공했다. 이번에 완공된 배는 길이 259m, 폭 32m에 높이가 75m에 이른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12월 1단계 공사를 완공해 강재 절단에서 탑재에 이르는 전공정을 소화할 수 있는 생산시스템을 구축했다. 여기에는 연간 22만톤의 철판을 처리할 수 있는 길이 370m 폭 100m의 독을 갖추고 있다. 이는 한해 4,300TEU급 선박 16척을 건조할 수 있는 규모다. 올 하반기 중에 길이 550m 폭 135m의 독을 가진 2단계 공사가 완공되면 한진중공업은 수비크조선소에서 한해 67만톤의 강재 처리 능력을 갖게 된다. 이는 한해 선박(4,300TEU급 기준) 46척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다.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은 필리핀 경제에서 수비크조선소의 비중을 감안해 오는 7월 초 선박명명식에 직접 명명자로 나선다. 현재 한진중공업이 수비크조선소에 들인 돈은 7억달러로 수비크경제자유구역 전체 외국인 투자실적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조선기자재 단지도 조성 추진
필리핀 정부와 공동
한진중공업은 필리핀 정부와 공동으로 민다나오섬 미사미스 오리엔탈 지역에 조선기자재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 단지에 국내외 조선 관련 기자재업체를 유치, 국제적인 조선산업용 협업단지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렇게 되면 수비크조선소와 연계해 조선클러스트가 구축된다. 수비크조선소가 완공된 후 중장기 프로젝트로 추진되는 민다나오협업단지는 현재 필리핀 정부와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MOU)가 체결된 상태다. 민다나오프로젝트가 본격화될 경우 한진중공업은 50년 동안 500만㎡의 부지 사용료로 월 2,500만원의 저렴한 사용료만 내게 된다. 필리핀 정부는 이와 함께 이 지역을 경제자유특구로 공표하고 접근도로와 전기시설을 지원한다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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