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아시아자 노사의 용기(사설)

기아그룹 계열사인 아시아자동차가 1천4백47명의 임직원을 감원키로 결정했다. 전체 임직원 7천7백81명의 18.6%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실낱같지만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시점에서 이같은 대량감원이 단행된다는 것은 주목할만 하다. 한층 더 관심을 끄는 것은 이번 결정이 노사간의 완전 합의하에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대기업 노조가 이처럼 대규모 감원에 합의한 것도 유례없는 일이다.이 회사는 당초 감원대상자를 3백명정도로 계획했다. 그러나 경영위기에 공감한 노조측이 자진협조, 대상자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올 임금협상도 회사측에 위임했다. 아시아자동차는 그동안 내수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95년에 83억원, 96년에는 2백9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삼성그룹인수설로 제2금융권이 대출을 갑자기 회수하는 바람에 자금난으로 최악의 상황이다. 그룹전체로도 어렵기는 매 한가지다. 노사합의에 따른 대량감원은 지난 80년 미국 자동차업계의 「빅 3」가운데 하나인 크라이슬러가 채택, 성공한 처방이다. 당시 크라이슬러는 제2차 오일쇼크로 파산 일보직전이었다. 이때 포드사의 회장으로 있다 크라이슬러에 사장(후일 회장)으로 스카우트된 천재 경영인 리 아이아코카는 불필요한 생산라인을 정리하면서 한꺼번에 8천5백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35명의 부사장 가운데 33명도 해임했다. 그는 재기의 모범을 보이기 위해 자신의 연봉 36만달러를 단 1달러로 깎아 내렸다. 크라이슬러는 아이아코카를 중심으로 노사가 하나가 돼 뭉친 탓에 3년안에 흑자로 돌아섰으며 아이아코카는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경우는 다르지만 지난해 선경그룹은 대기업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대규모 명예퇴직제를 실시, 다운사이징(감량경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선경은 불황속에서도 올 상반기 20조원의 매출을 올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5조원 대비, 33%나 성장했다. 성장률에 있어서는 대기업들중 단연 돋보인다. 선경의 성장은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기업의 구조조정도 한몫 거둔 것으로 여겨진다. 사실 기업경영에 있어서 다운사이징은 극단적인 처방이다. 특히 대량감원은 실업자 양산이라는 측면에서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이번 아시아자동차의 대량감원은 노사관계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는 점에서 공감이 간다. 마침 올 춘투는 「무교섭」「무인상」「무분규」 등 3무 현상이 확산돼 가고 있는 추세다. 노동부에 따르면 상용근로자 1백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임금인상률은 지난해 대비 4.0%로 사상최저치다. 무교섭 타결도 지난해 보다 4배나 증가했다. 지금 노동현장에는 새 바람이 불고 있다. 불황이 가져온 여파지만 바람직하다. 아시아자동차의 이번 대량감원이 체질강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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