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기분이 깃털처럼 가볍다. 굴곡진 도로를 만날 때나 언덕을 오를 때도 가뿐하다. 지난 주말 푸조의 최상위급 세단 뉴607(사진)을 타고 경춘가도를 달렸다. 같은 유럽계 수입차이지만 독일계 세단이 묵직한 느낌의 주행감을 준다면 프랑스계 세단인 뉴607은 경쾌하고 다이내믹한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비결은 기존 모델보다 강력해진 엔진과 차량의 빠른 반응성이다. 배기량 3,000cc급의 V형 6기통 엔진은 가변식 밸브타이밍 시스템(VVT)이 적용돼 고속주행 때 고출력을 낼 수 있다. 핸들링에 따른 차량의 조향 반응이 즉각적이고 가속 및 브레이크 패달을 밟을 때 느껴지는 차량의 반응속도가 기민하다. 빠른 속도로 주행하면서도 방향전환과 가속ㆍ감속을 민첩하게 할 수 있다. 대형 세단은 보통 무겁고 안정적인 주행감을 주는데 치중해 운전하는 손 맛을 둔감하게 한다. 하지만 뉴607는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알게 해준다. 이 같은 주행감각에서 대형 세단 시장을 보다 젊은 수요층까지 확대하려는 푸조의 전략적 포석을 읽을 수 있었다. 젊어진 것은 주행감각뿐만이 아니다. 푸조만의 독특하고 스포티한 디자인은 ‘대형 세단이란 중후한 느낌을 줘야 한다’는 통념을 벗어던지고 있다. 눈매를 살짝 치켜뜨듯 끄트머리를 들어올린 헤드램프의 디자인이라거나 심플하면서도 강렬한 느낌의 라디에이터 그릴, 강한 힘이 느껴지는 17인치 알로이휠을 보고 있으면 대형 세단이 쿠페로 진화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단순하면서도 명료하게 디자인된 내부 인테리어에서도 도발적인 푸조만의 감각이 읽혀졌다. 실내 여기 저기에 잠시 시선을 빼앗기는 사이 주행 방향의 전방에 저속 화물 트럭이 앞을 가로막았다. 마침 주위에 차량도 없던 터라 차선을 변경하며 가속 패달에 지그시 힘을 주어보았다. 순간적으로 급가속되며 화물차를 쏜살같이 뒤로 떨구어냈는데도 변속시의 충격을 찾아 볼 수 없다. 최적의 변속비로 조율된 6단 자동 기어 덕에 차량의 구동력 손실은 최소화하면서도 부드러운 주행이 가능해진 것이다. 운전자가 설정한 일정 속도를 넘어서면 경고신호를 보내는 스피드 리미터 기능을 써봤다. 잠시 넋 놓고 달리다 보니 곧바로 설정 경고신호가 나온다. 헌데 신호 방식이 재미있다. 경고음이나 경고등이 아니라 가속패달의 위치인식 센서를 통해 경고신호를 보내주는 것이다. 일부 차종을 보면 스피드 리미터의 경고신호를 시끄러운 알람음 등으로 보내도록 해 운전자를 놀라게 하는데 이런 점까지 생각해 운전의 즐거움을 망치지 않게 하려는 배려가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