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진로 매각, 주류산업의 세계화 관점에서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이 엊그제 “하이트맥주컨소시엄의 진로인수에 대한 기업결합사전심사를 가급적 이달 안에, 늦어도 8월까지는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해 ‘두꺼비’매각 성사여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하이트의 진로인수에 대한 심사는 당초 지난달 말 결론이 날 예정이었지만 한두 달 늦어지고 있다. 그만큼 결정짓기가 쉽지 않은 사안임을 의미한다. 인수를 승인할 경우 주류 업체들이 반발하는 것처럼 하이트가 맥주에 이어 소주까지 장악함으로써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는다는 이유만으로 승인을 거부할 경우 8년을 끌어온 진로의 매각작업은 다시 표류할 수밖에 없고 진로의 회생은 그만큼 더뎌지게 된다. 우리는 하이트의 진로인수문제를 보다 넓은 시각에서 접근했으면 한다. 국경을 초월한 자본의 대형화로 이제 국내시장만을 보고 경영하기는 어려운 시대가 됐다. 하이트가 국내주류업계에서는 1등이라고 하지만 선진 주류업체에 비하면 규모면에서 명함도 내밀기 어려울 정도다. 아울러 하이트컨소시엄은 지방 중소업체들이 우려하는 생존권을 위협해 작은 이익을 넘보는 우물안식 경영을 벗어나야 한다. 하이트는 진로인수를 계기로 대형화ㆍ국제화에 나서 한국을 대표하는 주류업체로 거듭 나야 한다. 일본 등에서는 이미 소주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최근 불고 있는 한류열풍을 적극 활용한다면 한국 술의 세계시장공략의 승산은 충분하다고 본다. 공정거래위원회도 하이트컨소시엄의 진로인수를 독과점이라는 일률적인 잣대만으로 판단해서는 곤란하다는 판단이다. 물론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는 시장집중도 만을 문제 삼지 않고 가격남용이나 담합가능성, 신규진입 및 해외경쟁, 효율성 제고효과, 회생불가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독과점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경영한계에 부딪쳐 고육지책으로 경쟁 관계였던 삼익악기와 합병해서라도 갱생을 꾀했으나 기업결합승인을 받지 못해 결국 부도사태를 맞았던 영창악기사태와 같은 일이 재발해서는 안 된다. 진로가 어려운 고비를 겪으면서도 오늘에 이른 것은 두꺼비를 사랑하는 국민들의 성원과 종업원들의 눈물어린 회사 지키기 덕분이다. 외환위기로 부도를 맞아 눈물을 쏟았던 ‘두꺼비’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주류업체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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