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건설업계 「검은거래」 불치병/설계·감리·입찰 담합­긴급진단

◎뇌물·떡값없인 생존 불가능/기술력 외면 로비에만 전념용역입찰에도 담합과 검은 돈이 오간다는 소문이 사실로 드러났다. 건설업체들이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불법 담합을 일삼고 뇌물을 건넨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여기에 공사의 기초가 되는 설계, 관리·감독을 맡고있는 감리자마저도 한통속이었다. 관급공사 비리는 곧바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하는 부실시공을 낳는다. 비리실태와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책을 3회에 걸쳐 진단한다.<편집자 주> 설계·감리업계와 전현직 고위 공무원, 투자기관장 등이 연루된 비리가 폭로된 24일 한 감리업체 간부는 『일과성 태풍에 불과하다. 태풍이 불 때는 엎드리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나 곧 다시 잠잠해질 것 아니냐』며 느긋한 표정이다. 검찰의 수사가 더이상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까지 했다. 그는 『건설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관행」이다. 더구나 시공업체 담합비리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며 대수롭지 않은 듯이 말했다. 또다른 설계업체 대표는 『관행을 따르지 않으면 1년내내 관급공사는 한 건도 따내지 못한다. 민간발주공사도 마찬가지다. 용역업체의 참신함이나 기술력을 고집하기보다는 복잡한 사업추진의 걸림돌을 잘 풀어가고 관청로비능력을 따져 용역을 주는 것이 국내 건설업계의 현실이다. 보이지 않는 「룰」이지만 이를 따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건설업계 담합은 오랜 관행으로 굳어졌고 담합을 근절하기 위해 당국은 여러차례 칼을 뽑았지만 건설업이 경제 전반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이유로 칼날은 언제나 빗나갔다. 이제는 곪을대로 곪아 대 수술을 하지 않고는 불법과 검은돈이 오가는 공사입찰비리를 치유하기 힘들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업체와 공무원간의 비리가 시작되는 입찰 담합과정을 밝혀내기란 쉽지 않다. 낙찰업체는 정부공사가 발표되면 사업추진 초기 단계에서 연고권 등을 이유로 들러리 업체의 「협조」를 받아내기 위해 이리뛰고 저리 뛴다. 해당 공사 입찰 참여 의사를 보이는 업체들을 상대로 입찰을 포기하거나 입찰에 들러리를 서달라는 약속을 받아내고 대가로 낙찰가의 일정액(5∼20%)을 「떡값」으로 건네기로 약속한다. 공사를 딸 경우는 정상적인 경쟁입찰을 통해 수주하는 것보다 최소한 예정가의 10%이상은 비싸게 낙찰받을 수 있다. 아예 낙찰보다는 떡값만을 노린 업체도 있고 일부 업체는 정식 임원이 아닌 입찰 들러리 「상무」를 두고 있을 정도다. 이번 검찰수사에 걸린 D업체 간부는 『흔히 관급공사 낙찰가가 예정가의 90%이상이면 어떤 형태로든지 담합을 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며 『걸린 업체만 억울하다』고 털어놨다. 한 입찰공무원은 『정상적인 입찰을 통해서는 낙찰가가 80%이상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입찰담합은 감리·감독담합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발주관서가 원칙대로 감독하면 적자공사를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발주관서에 검은 돈이 건네지고 대신 공사편의, 설계변경으로 인한 공사비 증액이라는 대가를 얻어낸다. 관급공사의 입찰비리는 발주처의 주인의식 결여가 근본원인이다. 부실공사의 결과가 자신을 포함한 전체국민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각성없이는 비리근절은 백년하청이다.<유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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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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