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개인들 "자문형 랩 따라" 투자 열기


개인투자자 권 모씨는 올 3월 A증권사의 ‘자문형랩어카운트’에 1억원을 투자해 놓고 하루에도 몇 번씩 자문형랩 계좌를 확인한다. 권씨는 A증권사가 투자자문사의 자문을 받아 주식을 매매한 내역이 자문형랩 계좌에 뜨면, 여윳돈 4억원을 활용해 B증권사의 계좌에 ‘똑같이’매매 주문을 낸다. 권씨는 이 같은 전략으로 3월 이후 약 20% 가량의 추가 수익을 냈다.

대다수 자문형랩이 일반 펀드나 직접투자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의‘자문형랩 따라하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2일 한 국내 증권사의 강남지역 지점직원은 “주식 투자자금의 일부를 자문형랩에 투자한 고객들이 나머지 여윳돈으로 자문형랩 계좌의 매매내역과 똑같이 투자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며 “투자자문사가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같은 요구를 하는 고객들의 숫자가 점차 늘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자문형 랩의 포트폴리오를 실시간으로 벤치마킹하면서 수익을 올리는 셈이다. 이 같은 방식의 투자는 연 3% 안팎인 자문형랩의 수수료를 내지 않는 장점이 있다. 최소 가입금액(3,000만원~5,000만원)만 내고 자문형랩에 가입하기만 하면 투자자문사의 주식 거래 내역을 자신의 계좌를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개인투자자들이 수익을 내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서울 강남지역에서 활동 중인 한 전업투자자는 “자문형랩에 가입한 금액의 10배까지 ‘자문형랩 따라 하기’전략에 따라 투자하는 개인들도 있다”며 “현재 증시에서 투자자문사의 매매패턴을 추종하는 자금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문형랩에 가입해 수수료를 줄이고자 하는 개인고객뿐만 아니라 강남 지역의 큰 손들도 ‘투자자문사 따라 하기’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중형 증권사의 강남지역 PB센터 직원은 “3억원 정도를 들여 유명 투자자문사와 일임계약을 체결한 고객들이 나머지 10억원 정도는 투자자문사에서 주문을 내는 그대로 매매를 체결해달라는 요구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과 증권업계에서는 이 같은 ‘자문형랩 따라하기’가 시장 가격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며 개선책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고객과 사전계약을 통해 자문사의 포트폴리오를 일정 기간이 지난 뒤에 공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며 “금융당국, 업계 등에서 워낙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려 방안이 확정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고 말했다.

◆자문형 랩어카운트= 원래는 증권사가 투자에 필요한 조언과 포트폴리오 추천 등을 고객에게 제공하고, 고객이 이를 참고해 계좌를 운용하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뜻한다. 최근에는 증권사가 계약을 체결한 투자자문사로부터 포트폴리오를 제공받아 고객에게 수수료를 받고 일대 일로 해당 계좌를 운용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식 보유비중과 편입종목 수에 대한 제한이 없는 점, 투자자가 언제든지 보유 종목ㆍ수익률을 확인할 수 있는 점, 펀드와 비교해 소수 종목에 집중투자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