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수출만이 살 길이다/황두연 무협부회장(시론)

외환·금융위기로 온 나라가 근심에 싸여 있는 가운데 34회 무역의 날을 맞아 다시 한번 수출의 중요성을 생각해 본다.「수출만이 살 길이다」는 기치 아래 최초로 수출 1억달러를 달성한 지난 64년 11월30일을 기념해 수출의 날을 정한 후 우리는 혼신의 힘을 다해 수출증진에 매달렸다. 그 덕택에 우리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수출증대에 성공하여 세계 각국으로부터 「한강의 기적」이란 칭송을 받았고 많은 후발개도국의 경제개발 모델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경제는 외환위기로 IMF(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융을 받는 처지로 전락했다. 우리의 외환위기는 태국 등 이웃 동남아국가의 외환위기 영향도 있지만 우리가 벌어들인 외화보다 소비한 외화가 더 많아 외화부족사태를 야기한데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어떻게 부족한 외화를 조달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으며 이웃 일본이나 미국의 협조융자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본거래에 의한 외화조달은 빚을 얻어 빚을 갚는데 지나지 않기 때문에 궁극적인 해결책은 경상수지를 흑자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쓰임새를 줄여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열심히 일하는 이유는 보다 질 높은 생활을 향유하려는 것이다. 가보고 싶은 나라에 여행도 하고,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영화를 보고, 휼륭한 선수들이 벌이는 좋은 경기도 관람하는 것이 생활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또 대학생의 해외연수나 유학은 앞으로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쓰임새를 줄이는 것은 일시적 방편이지 궁극적인 방법은 아니다. 결국 외화를 벌어들이는 방법밖에 없다. 우리나라 관광자원 등에 비추어 볼 때 서비스분야에서 외화를 벌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수출만이 확실한 대안이라 할 수 있다. 사실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만큼 수출이 강조되는 국가는 없을 정도로 우리는 수출에 열심이었다.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로서 경제발전을 도모할 수 있고 외자를 얻기 위해 「적자수출도 좋다. 수출만이 살 길이다」는 식으로 수출에 매진했다. 그러나 88서울올림픽을 전후해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노동운동이 확산되면서 어느새 우리는 수출의 중요성에 대한 믿음을 상실해 버렸다. 그동안 말로는 우리경제의 「고비용·고효율」구조를 고쳐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면서도 기업인·정부·근로자, 그리고 일반 국민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노력이나 실천에는 극히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는 사이 중국 등 후발개도국은 추격해 오고 기술보호주의 등으로 선진국의 견제는 날로 심해져 최근에는 수출할 물건이 없다는 탄식마저 나오고 있다. 이제는 논의보다 실천이 필요하다. 기업은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독자적인 기술과 브랜드를 만들어 우리상품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고 해외시장개척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근로자들 또한 국가경제나 회사의 앞날을 위해 오늘의 위기상황을 냉철히 인식하고 고통을 함께 하며 사명감을 갖고 일에 임해야 한다. 생산성향상 없이는 명목임금을 올릴 수 있어도 실질임금을 올릴 수 없다는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 명백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규제완화, 금리안정, 사회간접자본확충 등을 통해 기업의 비용을 줄여주고 기업의 해외시장개척을 적극 지원해주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특히 IMF구제금융으로 기업의 투자 및 수출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정책의 수립보다는 수립된 정책을 확실히 집행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책만 있고 실천은 없다는 비판을 더 이상 듣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도 지금 우리의 과거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연상케 하는 범국가적인 수출촉진책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 92년 의회의 강력한 지원을 바탕으로 수출촉진법을 제정하고 모든 행정부처가 수출지원지침을 마련, 수출을 늘리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지난 11월 24일 발표한 제5차 국가수출전략보고서는 우리에게 타산지석이 되고 있다. 이제 우리는 겸허한 마음으로 다시 한번 수출의 중요성을 깨닫고 수출확대에 매진해야 한다. 60년대의 「수출만이 살 길이다」는 인식을 되새겨 수출증대에 온 국민이 나서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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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두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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