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단독] EU, 선제 발효로 시장선점 노린듯

미ㆍ중 등과의 FTA 촉매제 효과도 기대 <br> 한국, 미ㆍ중ㆍ일과 9월 중 FTA 협의 예정


통상전문가들은 “세계 양대 경제권인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할 수밖에 없기에 양측의 정부와 업계는 누가 먼저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혜택을 누리느냐에 민감하다”고 입을 모은다.

연내 발효가 불투명했던 한ㆍEU FTA가 오는 11월 잠정 발효를 목표로 속도를 내게 된 것은 우리가 동시다발적인 FTA 체결 전략을 펼침으로써 미국ㆍ중국ㆍ일본 등 강대국들의 협상이 진전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U 측은 시간을 지연하면서 자동차, 기업형슈퍼마켓(SSM) 등의 문제에서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기보다 경쟁국보다 선제적인 발효를 통해 선점 효과를 노리는 것이 이득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초 한ㆍEU FTA는 비준작업이 수개월 더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연내 발효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다. 최근 EU 외교관 및 유럽의회 의원들은 유럽의회와 회원국 정부, EU 집행위원회의 이견으로 한ㆍEU FTA가 최종적으로 발효되는 시점이 예상보다 늦춰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미,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ㆍ중국과의 FTA 논의가 진전된 점이 EU 측이 움직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됐다는 분석이다.


2010년 9월은 한국에 있어 FTA 정책에 중요한 기로가 되는 시기다. 미국이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요구사항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미 FTA 실무협의, 농수산물 등 민감 품목 보호 방안과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문제 등이 거론될 한중 FTA 민감 품목 사전협의 등이 예정돼 있으며 한일 FTA 교섭재개를 위한 국장급 협의도 도쿄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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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협의에서 어느 정도 이견이 해소돼 주요 국가와의 협상이 한층 발전된다면 EU 측은 스스로 한국 시장 선점 기회를 걷어차는 낭패를 겪을 수 있다. 그것이 정식 발효 이전에 잠정 발효 방식을 택하게 된 배경이다.

반대로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 이전 한ㆍEU FTA 잠정발효는 다른 국가들을 자극하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2007년 6월 서명됐지만 양국 의회의 비준동의 지연으로 발효되지 못하고 있는 한미 FTA에 상당한 압박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한국의 자동차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 자동차들이 먼저 FTA 관세인하 혜택을 받게 된다면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과 EU는 서로 경합하는 품목이 많기 때문에 한 쪽이 진전되면 다른 편에 의미 있는 시그널로 작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ㆍEU FTA 발효시 제조업 분야에서 대(對)EU 교역액이 연간 47억달러가 증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 내에서는 한ㆍEU FTA가 발효되면 미국은 11억800만달러의 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인교 인하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그간 EU와의 FTA가 필요 이상으로 많이 끌어왔던 것은 리스본 협정 발효 후 시스템 과도기적인 측면에서 명목상으로는 번역 문제지만 본질적으로 민감한 부분을 걸고 넘어지려고 했던 것”이라며 “강대국 사이에서 적절한 시소게임이 통했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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