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아침·저녁 1사꼴… 너나없이 회사걱정/전국이 “부도신드롬”

◎모임마다 온통 화제… “일할맛 안난다”/국민사기 진작책 절실온 나라가 부도신드롬에 휩싸여있다. 기업의 부도가 「하루에 하나」가 아니라 「아침·점심·저녁」으로 넘어가는 부도해일 현상이 벌어지면서 대기업에서부터 자영업자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일터에 충격과 불안의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지난 5일 저녁에 고려증권, 6일 상오에는 한나그룹, 하오에는 영진약품이 부도를 맞았다. 이제 어느 업체가 무너지느냐보다 과연 살아남을 기업이 있을까를 염려할 정도가 되면서 직장인은 물론 가정주부·경조사 등 사람들이 모이기만하면 화제는 온통 경제걱정 뿐이고 심지어 초등학생조차 부모들에게 부도이야기를 물어보고 있다. 직장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회사의 안위와 실직을 걱정하는 상황이다. 5대그룹중의 하나인 S사 기획실에 근무하는 김모부장(44)은 『대학동기들의 부부동반 송년 점심모임이 있었는데 모두가 「너희 회사는 괜찮느냐」 「앞으로 어떻게 되느냐」는 걱정어린 대화뿐이었다』고 말했다. 중견그룹인 H그룹의 손모과장(38)은 『우리회사는 괜찮나하는 걱정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초등학교 5학년인 딸이 「아빠회사는 부도안나지」하고 물어와 기성세대의 한사람으로 자책감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지난 토요일 딸 혼사를 치른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고모씨(52·개인사업)는 『피로연장 하객들의 화제가 온통 경제걱정 뿐이어서 혼사를 치렀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동안 연쇄부도와 대량실직 사태를 체감하지 못했던 가정주부들도 이제는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태산같이 걱정하는 분위기다. 남편이 증권회사에 다니는 송파구 풍납동의 가정주부 이모씨(34)는 『언론을 통해 대량실직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지만 남편과는 관계없는 것이겠거니 했는데 주말에 벌어진 사태를 보고는 가슴이 울렁거리는 증상이 생겼다』며 『이웃 주부들도 모두가 그런 이야기만 한다』고 전했다. 매출감소가 현실로 닥치면서 자영업자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내 톱랭킹의 숙녀복업체에 물건을 납품하는 중구 신당동 T사의 이모사장(43)은 『모기업은 별일없겠지라고 애써 자위해보지만 밥맛을 잃을 정도로 조마조마한 나날』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회심리전문가들은 『국가경제가 부도난 상황이라 위기감의 공유가 필요한 시점이긴 하나 국민적 사기 저하와 경제활력 상실을 초래할 정도라면 이야말로 국가적 위기가 아닐 수 없다』며 『국민들이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사기진작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이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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