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7월 28일] 이지송式 개혁 성공하려면

공기업 선진화의 성공 모델을 표방하며 지난해 10월 출범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토지공사ㆍ주택공사가 합쳐진 자산 규모 130조원의 국내 최대 공기업이다. 그러나 이 같은 슈퍼공룡은 외양만 그럴듯하지 118조원의 부채라는 군살의 무게에 짓눌려 제대로 움직이기도 힘든 상태다. LH 출범과 동시에 취임한 이지송 사장은 그동안 민간에서도 보기 힘든 각종 개혁안을 내놓고 실천에 옮겼다. 팀장급 75%를 연공서열 구분 없이 교체하는 대대적인 인사개편, 본부조직 절반 축소와 본사 인원 25% 현장배치를 골자로 한 조직개편, 100조원이 넘는 부채를 줄이기 위한 재무구조 개선노력 등 가히 '쓰나미급'개혁의 태풍이 LH를 휩쓸고 지나갔다. 언론에서는 이를 '이지송식 개혁'이라 부르며 결과를 주목해왔다. 그러나 이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주말까지 반납해가며 뛰고 또 뛰었지만 성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부채 문제가 계속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LH의 부채는 통합 당시 108조원에서 지난 6월 말 기준 118조원까지 불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LH가 그동안 자금을 조달하고 부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분당 본사 사옥까지 내놓고 외부 자금조달을 위해 노력했지만 올해 자금조달 목표치인 43조원 가운데 13조원을 조달하는 데 그쳤다. LH가 지금과 같은 빛 더미에 오른 것은 보금자리주택ㆍ세종시ㆍ혁신도시 등 현 정부의 핵심 국책사업을 모두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참여 정부부터 본격화된 2기 신도시 개발과 각 지방자치단체의 개발사업도 모두 LH의 몫이다. 결국 LH가 꺼낸 마지막 카드는 총 414개에 이르는 각종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다. 해당 지역 주민의 반발과 중장기적인 개발계획 차질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고육지책을 꺼내든 것은 상처의 핵심 환부를 도려내지 않고서는 치료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지송식 개혁의 성공은 부채를 줄이는 데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LH가 힘 한번 써 보지 못하고 빙하기를 맞아 사라져버린 공룡 같은 운명에 놓이지 않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심정으로 부채 줄이기에 전력투구해야 한다.

관련기사



김정곤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