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불황극복의 현장:8/틈새진입 동양화학(경제를 살리자)

◎“남 안하는것 공략” 작년 전계열사 흑자/TDI·소다회·염화칼슘 등 대히트… “불황 모른다”크고 작은 파이프들이 어지러이 얽혀 있는 동양화학 군산공장. 지난 92년부터 가동된 이 공장에서는 석유화학 원료인 톨루엔 디이소시아네이트(TDI) 설비가 힘차게 돌아가고 있다. 이 공장은 가동 후 5년이란 세월이 지났지만 양질의 완제품이 생산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년이 채 되지 않는다. 건자재, 자동차, 가전제품 등에 사용되는 발포재의 기초원료인 TDI는 기술상의 어려움으로 생산과정에서 고장이 잦고 안정된 품질을 유지하기 어려운 품목이기 때문이다. 동양화학이 이 사업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공교롭게도 이렇게 「생산하기 어려운 품목」이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유인재TDI팀장은 『남들이 하기 어렵고 우리가 하면 잘할 수 있는 틈새시장(니치 마켓)을 파고 드는 전략은 회사 창업 때부터 내려오는 경영방침이기 때문에 이 사업을 시작할 때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남들이 못하는 것을 잘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외국기업들이 기술을 제공하지 않아 한 미국업체로부터 설계도면만 사와 공장을 지었다. 생산에 필요한 기초기술은 자체 개발했고 그만큼 시행착오가 따랐다. 공장을 가동한 후에도 공해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몇개월 이상 공장을 쉬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 이상이다. 3년여만에 완제품 생산이 시작되면서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국내시장을 대체하기 시작, 지금은 연간 5만톤에 달하는 국내시장의 50%를 점유하는 개가를 올리고 있다. 그리고 추가적인 기술개발이 이루어지면 수년 내에 세계시장에서도 메이저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유팀장은 자신했다. 화학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동양화학그룹이 TDI사업에서 거둔 이런 성공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동양화학의 주력품목들은 모두가 TDI의 경우처럼 남들이 하지 않는 독특한 품목들이다. 이처럼 틈새품목만 전문화하다 보니 동양의 주력품목들은 규모는 작지만 불황을 거의 타지 않으며 모두가 해당분야에서 최고의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동양화학이 생산하고 있는 소다회는 연산 35만톤을 생산해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염화칼슘 역시 국내시장의 71%를 공급하고 있다. 계열사인 (주)유니드의 주력품목인 탄산칼리(유리원료)는 생산량이 세계1위다. 「옥시크린」과 같은 가정용 세제시장에서는 (주)옥시가 전체시장의 70%를 점하고 있다. 이들 품목은 수요가 적어 대기업체들에는 맞지 않는 것들이다. 동양화학만 생산할 수 있는 품목들인 것이다. 대부분의 국내기업들이 적자를 면치 못했던 지난해 동양화학그룹의 21개 전계열사가 흑자를 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동양화학은 「환경변화에 둔감한 보수주의 기업」이란 평가를 들었다. 그렇지만 극심한 불황을 맞고 있는 지금은 오히려 「불황에 강한 기업」으로 국내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철저하게 남들이 하지 않는 틈새시장을 파고 들고 요소기술을 외국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기술로 소화해 최고의 경쟁력을 쌓으면 시장은 저절로 확보됩니다.』 불황에 강한 이유에 대한 유팀장의 설명이다.<민병호 기자>

관련기사



민병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