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나서자 현지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기업들은 행여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자동차와 전자 등 대기업들은 현지 내수용이나 한국으로의 재수출 물량 생산에 주력하고 있어 당장 별다른 충격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섬유와 완구 등 현지에서 부품을 조립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상당수 중소 임가공 업체들은 오는 4월부터 바뀌는 원산지 규정 등으로 인해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LG전자 중국법인의 한 관계자는 “중국 생산 제품은 대부분 내수용이고 미국 수출물량은 멕시코나 브라질 등 인근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중국법인 관계자도 “현재로서는 정확한 파장을 알기 어렵지만 미국 기업도 중국에 많이 진출해 있기 때문에 외국 기업의 중국 생산 물량까지 크게 문제를 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기업들은 그러나 미국의 압력으로 중국이 관세율 인하 등을 통해 수입장벽을 낮출 경우 현지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 등이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또 상계관세 등을 피하기 위해 7월 중국 우시시(市)에 공장을 설립하는 하이닉스반도체의 경우 현지 생산물량의 일부를 미국으로 수출할 계획이어서 악영향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 하이닉스의 한 관계자는 “문제가 생길 경우 중국 생산물량을 미국이 아닌 유럽 등으로 돌리거나 미국 공장의 생산량을 늘리는 등의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특히 산업자원부가 4월부터 부품을 중국 등 해외로 가져가 가공ㆍ조립하는 임가공 제품에 대해 한국산 상표가 아닌 조립국(중국 등 해외) 상표를 명시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함에 따라 관련 업체들의 피해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지 임가공 생산제품이 중국산과 똑같이 취급받기 때문이다.
전영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ㆍ중 통상 전쟁시 한국 상품에 대한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원산지 규정 개정 등으로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적잖은 고초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