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아랍 “이스라엘核은 예외냐”

리비아가 대량살상무기(WMD) 포기를 선언한 이후 중동 국가들 사이에 WMD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논란의 핵심은 이스라엘.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24일 정상회담에서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은 이 지역에서 이스라엘 핵무기를 포함해 모든 WMD를 제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모든 WMD” 운운하며 완곡하게 표현했지만 요체는 이스라엘 핵무기 포기 요구이다. 반면 이스라엘은 리비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조치”라고 환영하면서도 이란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샤울 모파즈 국방장관은 최근 라디오 회견에서 “필요할 경우 이란의 핵 능력을 파괴하기 위한 군사작전을 검토 중”이라고 공언해 이란의 분노를 샀다. 전 아랍국이 나서서 이스라엘을 공박하고 이스라엘이 홀로 맞서는 형국이 되는 이유는 아랍국들은 경제적으로나 기술적으로 화생방무기를 보유할 능력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우선 WMD 포기를 선언한 리비아만 해도 확인된 것은 겨자가스 정도이고 나머지는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고성능 원심분리기를 갖고 있다거나 생물무기 개발 장비를 구입하려 했다는 정도이다. 무엇을 포기하고 말고 할 것도 없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시리아도 생화학무기 때문에 미국으로부터 집중타를 맞고 있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보유 가능성을 별로 높게 보지 않고 있다. 핵 시설을 건설 중인 이란의 경우는 리비아의 선언 이틀 전인 지난 18일 핵확산금지조약(NPT) 부속의정서에 서명함으로써 핵 시설을 발전용으로만 사용하고 의혹 부분에 대해서는 유엔의 사찰을 철저히 받겠다고 약속했다. 나머지 사우디 아라비아, 이집트, 터키 등 중동의 강국은 미국의 맹방인데다 WMD 개발 의혹과는 거리가 멀다. 반면 이스라엘은 비축한 핵무기만 200~400기나 된다는 것이 군사 학계의 상식이다. 이스라엘은 핵무기 보유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고, NPT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다만 중동에서 아랍국들을 제압하는 미국의 감시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으로부터 완벽한 예외를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 학자들의 분석이다. 이스라엘은 재래식 전력만으로도 전 아랍국을 능가하는 군사력을 갖추고 있다. 중동 전문 학자들은 2001년 유명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에 이스라엘을 포함해 모든 중동 국가가 WMD 폐기와 함께 군비 축소에 합의하는 대타협만이 중동에 진정한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낸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이 이스라엘에 변화를 위한 압력을 가하지 않는 한 지루한 대치라는 현재 구도가 달라질 가능성은 0에 가깝다. <이광일기자 kilee@hk.co.kr>

관련기사



이광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