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보조금을 위한 변명

한영일 기자 <정보산업부>

이동통신사들이 이달 초 불법 휴대폰 보조금 지급 문제로 사상 최대의 과징금 부과 조치를 받았다. 과징금 통보 공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불법 보조금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지난주 인터넷 쇼핑몰과 길거리 판매점에는 “번호이동 때 최신 휴대폰 3만~4만원에 제공”이라는 문구가 또 다시 등장했다. 지난 2003년 3월 과소비에 따른 외화 낭비 방지 및 시장안정을 이유로 휴대폰 보조금 지급행위가 금지된 후 이통사들은 툭하면 보조금 지급에 따른 과징금을 물고 있다. 최근 2년 사이에 이통사들은 평균 5.2개월마다 과징금을 맞았다. 보조금 금지는 한시법으로 내년 3월께 사라질 예정이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앞으로 2번은 과징금을 더 맞아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특히 과징금 부과 원칙에 합리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통사의 반발을 자주 불러일으킨다. 현재 과징금은 매출액에 과거 법을 위반한 횟수 등을 감안해 부과한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경우 최고 2배가 가중되는 규정에 따라 SK텔레콤은 이달 초 231억원을 물었다. SK텔레콤은 과징금의 부당성을 이유로 내부적으로 법적 대응까지 검토했으나 결국 ‘장사 하루이틀 할 것도 아닌데…’라는 판단에 따라 이를 백지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조금이 마치 ‘악의 축’처럼 여겨지지만 긍정적인 효과도 크다. 국내 휴대폰업체들이 내수시장을 시험무대(test bed)로 삼아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데는 보조금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보조금이 지급되면 소비자는 그만큼 싼 값에 휴대폰을 사게 되고 휴대폰업체들은 보다 쉽게 소비자들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휴대폰 제조업체로서는 이통사라는 희생양 덕분에 세계시장 공략에 큰 힘을 얻는다. 휴대폰 보조금 규제가 시장 과열을 방지하는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는 순기능을 부인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정부가 보조금 문제에 대해 명쾌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 다면 끊임없는 잡음과 역기능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