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론/7월 16일] 공정거래, 선진한국의 열쇠

김성은<경희대 교수ㆍ국제경영학>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는 물론, 2008년 시작된 금융위기 역시 신속하게 극복한 나라로 국제사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역을 중심으로 한 대외의존적인 우리 경제구조가 세계경제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위기극복을 잘하는 나라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탄탄한 제조업기반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2010년 세계 제조업경쟁력지수 보고서’에서도 우리나라는 중국, 인도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수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가격경쟁력을 결정하는 환율이다. 미국발 세계경제침체로 우리경제의 대외의존성이 위기가능성을 증폭시킬 것으로 점쳐지면서 원화환율이 급격하게 상승하였고, 올해에는 천안함사건으로 인한 대북관계경색으로 원화가치가 다시 떨어졌다. 고환율과 제조업위주 산업구조가 맞물리면서 수출비중이 높은 대기업들의 실적이 연이어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데 이어, 2분기에는 5조원의 분기별 사상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현대·기아차 역시 올해 상반기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올해에도 경상수지 흑자가 210억달러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렇게 대기업을 중심으로 경제상황이 좋아지고 있음에도 내수, 서민, 중소기업들의 체감경기는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수출의 경제성장기여도가 172.1%이다. 즉 수출을 제외한 소비와 투자 등 다른 경제활동이 72.1% 감소하였으나, 수출이 이를 모두 상쇄하였다는 말이다. 수출은 잘 되고 있지만 그 외의 경제활동은 위축되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중소·중견 제조업체들은 대부분이 수출을 주도하는 대기업과의 거래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대기업의 실적이 좋아지면 중소·중견 협력업체의 실적도 좋아져야 하며, 전체 고용시장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에서 지금쯤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며 국가 경제에 청신호를 보내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대기업의 실적이 좋아지면 기술개발을 하며 납품을 해 온 중소·중견기업의 실적이 같이 좋아질 수 있는 경제질서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고, 정부의 경제활성화 노력이 친서민정책의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 동안 정부는 수십 년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상생협력을 강조해 왔고, 국민들은 대기업이 주선하는 상생협력 단합행사를 수없이 지켜봐 왔다. 그러나 공정한 경쟁을 통해 상호간의 신뢰가 쌓이지 않고는 협업과 분업, 상생협력이 불가능하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핵심기술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인정해 주고, 일방적인 주문 취소와 납품단가 인하관행이 근절될 수 있도록 서면계약이 의무화되는 등 법률적 뒷받침과 시장감시체제가 확립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올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놓은 대ㆍ중소기업 하도급 거래질서 개선방안은 늦은 감이 있으나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달 12일 KT의 이석채 회장은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위한 ‘3불’ 정책을 발표했다. 중소기업의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기술개발 아이디어를 가로채지 않으며, 중소기업 사업영역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비밀유지계약을 맺고, 아이디어 제공시 적절한 보상을 할 예정이란다. 이미 당연히 지켜졌어야 했던 거래질서임에도 KT의 선언이 신선하고 고맙게 느껴진다. 꼭 지켜주길 바라며, 이 같은 시장 스스로의 노력이 공정거래질서 확립의 단초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지금 우리나라가 필요한 것은 공정한 경쟁이 정착된 시장에서 기술개발을 바탕으로 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을 거쳐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신화이다. 우리의 우수한 젊은이들이 신화창출의 꿈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중소·중견기업의 기술력과 창의성, 도전적인 기업가 정신이 공정거래 질서에 의해 보호받고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시장이 조성될 때, 우리의 인재들이 과학·기술 분야를 선택할 것이고, 성장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을 선택할 것이다. 공정거래질서 확립이 바로 우수인력 창출, 일자리 창출, 대기업의 기술경쟁력확보, 행복한 선진대한민국으로의 열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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