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WTO제소 국제법 따라야/최낙균 KIET 연구위원(서경논단)

최근 우리나라는 미국, 캐나다 등의 반덤핑조치에 대한 WTO 제소방침을 밝혔다.그동안 국내 일각에서는 우리나라가 지난 2∼3년동안 한차례 제소도 못한 채 일곱 차례나 WTO제소를 당했으며 제소이후 진행된 양자협의에서도 너무 밀린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적인 시각이 강했다. 우리나라는 현안이 있는 경우 양자협의를 통해 최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으면 된다는 실리적인 입장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동안 새로운 WTO규범에 맞춰 국내 규범을 개편하는 등 적응과정을 치러야 했기 때문에 적극적인 대응조치가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에 WTO제소를 정부방침으로 정한 것은 앞으로 우리나라가 WTO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전환점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통상문제를 제기하는 국가가 취할 수 있는 단기적인 조치는 제한적이다. 무역제재를 위협으로 삼아 상대국을 설득하지 못하면 국제규범에 호소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현재의 예상으로는 이번에 제기된 반덤핑조치들 중 특히 컬러TV건은 이미 80년대부터 문제점이 지적된 것으로서 그동안 여러 채널을 통한 요청 및 양자간의 협의과정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않은 이슈이기 때문에 이번에 WTO제소가 실제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가 검토하고 있는 3건의 제소대상이 모두 선진국의 반덤핑 조치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WTO체제에서 용인되고 있는 무역제한 수단은 관세와 세이프가드, 반덤핑조치 등으로 제한되어 있다. 그런데 관세는 이미 상당히 낮은 수준까지 떨어져 있기 때문에 포괄적인 제한수단으로서는 기능하기가 어려우며 세이프가드는 공정한 수입거래에 대한 일시적인 산업피해 구제수단으로서 인정될 뿐이다. 따라서 선진국들이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조치는 불공정무역에 대한 반덤핑조치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의 제소 이후 구성될 WTO패널에서 반덤핑의 재심 및 철회요건과 아울러 아직 규범화되지 않은 우회덤핑에 대하여 판정을 내린다면 무차별적으로 부과되는 선진국의 반덤핑조치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현재 선진국들은 WTO체제가 세계 질서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을 표출하고 있으며 후진국들은 WTO규범에 맞춰 국내 제도를 아직 개편하지 못하고 있는 등 2년여 전에 출범한 WTO체제가 아직 실효성있게 세계무역질서를 규율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WTO체제하에서 첨예화되고 있는 통상마찰은 현행 WTO규범을 기초로 해결되는 것 외에는 다른 방안이 있을 수 없다. 통상마찰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서 필요한 국내제도 및 정책의 다자간 조화와 상호인정에는 앞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반덤핑조치에 대한 WTO제소는 현행 국제법의 기본정신 및 절차에 따라 진행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로서는 이번의 WTO제소건과 유사한 통상문제가 제기될 경우 쌍무협정을 통한 실리확보를 우선할 것인지 아니면 WTO제소를 추진할 것인지의 문제에 대해 사안별로 국익우선의 관점에서 결정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협상과정에서는 다자 및 지역협상의 창구도 다각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약력 ▲57년 서울생 ▲80년 서울대 무역학과, 동대학원졸 ▲91년 미텍사스대 경제학박사 ▲95∼96년 통상산업부장관 자문관 ▲통산부 통상무역정책 자문위원회 간사 ▲91년∼현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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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낙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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