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리뷰]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발레에 대한 '소년의 열망' 객석을 녹이다


"나는 자유다(I'm Free)"를 외쳤던 빌리가 드디어 자유롭게 하늘을 향해 날개짓을 한다. 지난 2000년 스티븐 달드리의 영화로 국내에 소개됐던 '빌리 엘리어트'가 뮤지컬로 재탄생해 비영어권 국가로는 처음으로 한국 무대에 올랐다. 영국 웨스트엔드 공연 2,000회 돌파, 미국 브로드웨이 500회 공연 기록을 세우며 전세계 5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감동시켰던 작품이다. 특히 타임지로부터는 '최근 10년간 최고의 뮤지컬'이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빌리 엘리어트'는 파업에 돌입한 탄광 노동조합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영국 북부의 작은 탄광촌이 배경이다. 빌리는 가난하고 척박한 탄광 마을에서 파업 시위에 열성인 아버지와 형, 치매 증세가 있는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어느 날 권투 연습을 하던 빌리는 체육관 한 귀퉁이에서 진행된 발레 수업에 우연히 참여하게 되고 발레 선생인 윌킨슨 부인의 권유로 간단한 레슨을 받으면서 발레의 매력에 빠져든다. 빌리의 뛰어난 천재성을 발견한 윌킨슨 부인은 빌리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고 빌리가 꿈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가족의 반대 등을 겪으며 뮤지컬은 절정을 향한다.

관련기사



발레를 소재로 하는 작품인 만큼 어린 빌리의 천재적 발레 실력을 만날 수 있는 장면이 곳곳에 배치됐다. 크리스마스 날 밤 체육관에 혼자 남겨진 빌리가 추는 '드림 발레(Dream Ballet)'가 특히 환상적이다. 어린 빌리는 상상 속의 성인 빌리와 함께 2인무(파드되)를 추는데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에 맞춰 환상적인 춤을 추다가 와이어에 매달려 한 마리 새처럼 하늘로 날아오르는 장면에선 관객들은 자신도 모르게 환호성을 지른다. 로얄발레스쿨 오디션에선 자신의 발레에 대한 열망을 춤으로 승화한 '일렉트릭시티 발레(Electricity Ballet)'를 선보인다.

작품은 한 소년의 꿈과 도전에 아들을 위해 파업 포기라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감당하는 강한 부정(父情), 정부의 광산 합리화 정책에 맞선 광산 노동자들의 투쟁 등이 버무려지면서 3시간을 긴박하게 끌고 간다. 전문 무용수가 아닌 만큼 사소한 실수가 엿보였지만 어린 빌리 역을 소화하기 위해 1년간 고된 훈련을 감내한 1대 빌리 4명의 어린 배우들에겐 찬사를 보낼 만 하다. 하지만 1980년대 탄광촌이라는 시공간적 배경을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삽입된 거친 말투와 행동, 욕설 등이 섞인 대사는 작품에 흠집을 낸 아쉬운 대목이다. LG아트센터에서 오픈 런 공연.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