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작가 전수천] '지혜'의 큐브에 담은 새천년 비전

2000년 1월 1일 0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광장에는 모두 1,001개의 은빛 큐브 가 등장한다. 이어 1월 1일 오전 10시 종묘에도 2,001개의 큐브가 나타난다. 전수천은 큐브의 의미를 이렇게 말한다.『큐브는 문화와 문명의 모든 창조적 가능성을 집약한 것으로써 직륙면체 속에 논리와 실체, 그리고 우리 모두의 정신적 저력을 담는 그릇의 개념이다. 또한 미니멀한 큐브의 모양새는 사람의 머리를 상징하기도 한다. 그 속에서 사유활동이 이뤄지며 또한 지혜의 해체와 조립이 가능하다는 의미에서 박스의 형태가 된 것이다.』 가로 세로 각 9.5㎝, 높이 21㎝의 동일한 알루미늄 큐브가 집체 형식으로 배열되고, 그 중앙에는 가로, 세로, 높이 각 55㎝의 보다 큰 큐브가 설치된다. 이 대형 큐브는 푸른빛이 퍼져나오는 투명유리로 만들어진다. 먼저 세종문화회관에는 대형 큐브 1개를 포함 모두 1,001개의 큐브가 V자 모양으로 설치되고, 종묘에는 2,001개의 큐브가 들어선다. 숫자의 의미는 간단하다. 종묘의 2,001개의 큐브 중 붉게 녹슨 색의 1,000개는 지나간 천년의 이미지를 담고 있으며, 거울과 같이 광택이 나는 또 다른 1,000개는 찬란하게 빛날 새로운 천년을 상징한다. 중앙에 설치될 푸른빛의 큐브에는 다가올 첨단세기를 집약시킨 절제미의 이미지와 함께 과거와 미래를 모두 포용한 초월적 이미지를 담고 있다. 전수천은 『종묘는 우리 민족의 정신적 바탕이자 이를 토대로 새로운 시대로의 도약을 기약하는 상징적인 장소로 과거와 미래 모두를 아우르고 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세종문화회관에서는 다가오는 새천년에 대한 희망적인 전망만을 담고자 했기 때문에 큐브의 숫자가 1,001개가 된 것이다』고 말했다. 작가는 이같은 설치작품을 1년전부터 준비했다고 한다. 『종묘의 뜰을 걸으며 여러가지 상념이 따올랐다. 모두들 밀레니엄이라는 상징성 풍부한 단어에만 집착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가운데, 역사라는게 결코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종묘라는 곳이 죽은 자와 산 자가 한 데 어울리는 영적인 교류를 가능하게 했던 것처럼, 이 작품을 통해 지난 천년과 앞으로의 천년이 만나는 현재를 담고자 했다.』 전수천은 일본 무사시노 미술대룰 졸업하고 뉴욕에서 활동하기도 했으며 지난 95년에는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특별상을 수상했다. 이용웅기자YY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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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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