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경영권 방어 논의 본격화해야

지난 92년부터 국내 자본시장을 개방한 이후 외국인의 주식 투자는 꾸준히 증가해 현재 국내 50대 상장기업의 외국인 지분율이 평균 45%에 이르는 등 국내 대기업에 대한 외국인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더욱이 소버린 또는 아이칸 펀드 사태에서 보듯 외국인의 국내 기업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조사 결과 우리 국민의 75% 이상이 외국 자본의 국내 기업에 대한 경영권 위협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에 의한 적대적 M&A 시도는 일부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또 한편 여러 가지 부작용도 우려된다. 특히 사업의 공공성이 높은 공기업이나 국가기간 산업의 경우 외국인의 적대적 M&A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는 것은 국가 경쟁력 측면이나 국민 경제상 바람직하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일부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우리나라도 포이즌 필(독약처방), 황금주, 차별의결권제도 등 적대적 M&A에 대한 방어 수단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 도입은 기업지배구조의 근본적인 변혁(Fundamental Change)을 수반하는 만큼 충분한 시간을 갖고 여론을 수렴하는 등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추진해야 한다. 특히 개방경제 체제하에서 국제적 정합성도 고려해야 한다. 금융 관련 제도 및 기업환경이 우리나라와 유사한 일본의 경우 오래 전부터 학계 및 재계를 중심으로 심도 있는 연구검토를 한 후 2002년부터는 정부(법무부) 주도로 공개적 논의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지난해 6월 회사법을 개정함으로써 다양한 적대적 M&A 방어수단을 도입했고 오는 4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도 상법 개정 및 자본시장 관련 법률의 통합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그에 따른 ‘금융 빅뱅(Big Bang)’을 목전에 두고 있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적대적 M&A 방어 수단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기업가들이 경영권 보호에 정신 팔지 말고 기업경영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 어떤 방어수단을 줄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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