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기고] 정치비용 輕量化와 자금의 투명화

한국은 미국·일본과 함께 정치와 선거를 하는데 돈을 제일 많이 쓰는 나라에 속해 있다. 미국은 TV 선전 등 드러나게 양성적으로 쓰고있으나 한국과 일본은 드러나지 않게 음성적으로 많이 쓰고 있는 것이다.음성적인 지출이 많으면 수입도 음성적으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어 결국 정치가 부패하게 된다. 일본은 부패정치를 청산하기 위해 돈이 많이 드는 중선거구제를 폐지하고 소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전환했으며, 기업은 아예 정치인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도록 정치자금법을 엄격히 고쳤다. 우리의 경우 돈 많이 드는 정치와 선거의 개혁이 정치개혁의 주요과제가 되고 있다. 지금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깊은 원인 가운데 하나는 우리 정치권이 도덕적으로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우리는 건국이후 지금까지 끊임없이 정치적 위기를 겪어 왔다. 정통성 위기·도덕성 위기·지도력 위기·신뢰성 위기 등이 그것이다. 이중 도덕성 위기는 정치부패와 연관되어 있다. 우리가 정치부패를 추방하고 깨끗한 정치를 구현하지 않고는 도덕성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깨끗한 정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다음 몇가지 노력이 필수적이다. 첫째, 정치를 경량화(輕量化)하는 일이다. 돈을 덜 쓰는 정당제도와 선거제도를 도입하여 과감하게 정치비용을 줄여야 한다. 지금과 같이 비대한 중앙당체제와 지구당 제도를 유지하는 한 정치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기는 어렵다. 중앙당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미국처럼 정당을 원내정당화하여 정당기능을 국회활동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 지구당 비용을 줄이는 방안으로 현재 지구당 폐지론이 거론되고 있으나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한 지구당 폐지로 비용을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것보다는 지구당을 둘 필요가 없는 선거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스페인의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그것이다. 스페인은 전국을 50개 선거구로 나누어 한 선거구에서 7명씩 비례대표제로 350명의 하원의원을 뽑고 있다. 스페인과 같은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권역별로 정당연락소만 두면 되고 국회의원은 지역구에서 해방되어 의정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둘째, 정치비용을 대폭 줄이고나서도 꼭 필요한 정치자금은 소액화(少額化)해야 한다. 우리는 정치자금에 관해 그릇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정치자금은 금액이 커야 하고, 남이 보지 않은 은밀한 곳에서 주고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바로 그것이다. 이 그릇된 고정관념이 깨지지 않고선 우리는 깨끗한 정치를 하기 어렵다. 정치자금의 금액이 커지면 결국 정경유착을 초래하게 마련이다. 나는 문민정부 초기의 개혁분위기에 발맞추어 신문광고로 소액후원금 모금을 시작한 일이 있다. 지역구와 일반 국민의 반응이 좋아 후원금을 보내준 2,643명중 91%인 2,405명이 5만원 이하였고, 100만원 이하가 98.2%를 차지하였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소액후원금이 줄고 고액후원금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아직도 정치자금에 대한 국민의 이해가 부족하다는 증거이다. 셋째, 정치자금의 수입과 지출을 공개하여 정치자금의 투명화율(透明化率)을 높여야 한다. 그동안 우리의 정치자금 투명화율은 자영업자의 소득자료 양성화율 보다 훨씬 낮았다. 이래가지고는 우리 정치가 나라를 이끌고가는 선도적 역할을 담당하기 어렵다. 우리는 너무나 오랫동안 정치자금을 많이 쓰는 정치문화속에 살아왔다. 이를 하루아침에 극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관행이란 이름아래 구습을 되풀이할 수는 없다.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듯이 그에 못지 않게 정치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도 높다는 사실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정치자금은 정치인에게 필요악과 같은 존재이다. 없으면 정치를 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잘못 다루면 큰 재앙을 불러오기도 한다. 정치자금 문제를 정치인에게만 맡겨서는 안된다. 정치자금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데 국민이 동참해야 깨끗한 정치를 구현할 수 있고 우리 정치도 선진화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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