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FRB 연내 공격적 경기 부양 내놓을 수도

내년 ‘준디플레이션’ 빠진다.

출구를 향하려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0일(현지시간) 경기둔화를 공식 선언하고 정책 방향을 경기 방어로 급선회했다.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다는 디플레이션의 그림자가 미국 경제의 앞길에 서서히 드리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FRB가 이르면 올해 말부터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당초의 전망은 완전히 물 건너갔음은 물론 내년을 넘어 오는 2012년에도 긴축 전환이 어려울 수 있다는 성급한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오히려 월가에서는 연내에 돈을 찍어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정책을 공격적으로 재가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FRB의 경기부양 전선은 순탄하지 않아 보인다. 이미 제로 수준의 금리로 통화정책 수단이 고갈됐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어 가용재원 상당 부분을 소진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 운신의 폭도 좁아져 재정정책과의 공조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다.


◇일본식 불황, 디플레이션만은 막겠다=최근 미국에서 발표되는 최근 경제지표는 모두 뚜렷한 하향곡선을 긋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지난해 4ㆍ4분기에 기록한 5.0%를 피크로 올 1ㆍ4분기 3.7%, 2ㆍ4분기 2.4%로 뚝 떨어졌다. 제조업경기를 잘 보여주는 공급관리협회(ISM)의 제조업지수 역시 3개월 연속 하락세다. 실업률은 9%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미국 경제는 더블딥(이중침체)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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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나아가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들도 확산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올 하반기 미국 경제가 1.5%의 저성장과 1% 미만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종전 2.4%에서 1.9%로 하향 조정했다. 0%대의 물가상승률은 ‘준디플레이션’ 상황.

8월 정례회의 결과는 그동안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사이에서 고민하던 FRB가 후자의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이에 선제적 방어선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캐시 미네한 전 보스턴연방은행 총재는 “지금의 미국 경제는 다시 회복세로 접어드느냐 아니면 절벽으로 떨어지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다른 카드 무엇이 있나=FRB는 만기가 도래하는 MBS에서 발생하는 현금을 장기국채에 재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의 관심은 벌써 FRB의 다음단계 대응에 쏠리고 있다. FRB의 이번 조치는 회수되는 유동성을 시중으로 되돌려보내는 것일 뿐 새로운 실탄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어서 완전한 양적완화라고 보기 어렵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조치를 ‘양적완화(QE) 2’가 아닌 ‘QE 1.1’이라고 표현했다.

올해 말까지 미국 경제가 악화될 가능성이 더 큰 만큼 FRB가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재투입 자금의 규모도 크지 않은 것도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2조3,000억달러에 달하는 FRB의 자산 가운데 만기가 도래하는 MBS 규모는 연간 1,500억달러선. 자본시장의 규모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장기채권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마이클 기펜 바클레이스 애널리스트는 “FRB가 경제회복의 속도에 대한 자신감을 잃은 것 같다”며“이번 조치만으로는 실질적인 부양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에 경제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양적완화의 새로운 라운드를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최대 채권투자기관인 핌코는 “앞으로 1조달러의 실탄을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 억제선(3%)을 상향 조정하는 수단과 장기 제로금리 기조를 보다 오래 끌고 가겠다고 명시적으로 밝히는 방안도 있다. 그러나 어떤 수단을 동원하든 인플레이션을 일으켜 경기를 방어한다면 달러화의 가치 하락 등 부작용도 만만찮은 만큼 FRB의 행보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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