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광주 과기원 파문/김상연 산업1부 기자(기자의 눈)

대학 하나를 두고 정부와 대기업이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광주과학기술원은 지난달 2일 이사회를 열고 임기가 끝난 하두봉원장 후임으로 김효근 교수(신소재공학과)를 제 2대 원장으로 선임했다. 그러나 40일이 지나도록 과기처의 승인을 받지 못해 아직도 원장자리를 비워두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이유는 김교수가 법적으로 미국인이기 때문이다. 30년이 넘도록 미국에서 살다가 유치 과학자로 귀국한 김교수는 미국 국적을 갖고 있다. 과기처 당국자는 『외국인을 정부 출연기관의 기관장으로 임명할 수 없어 김교수에게 미국 국적을 버리고 한국 국적을 얻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광주과기원의 교수들은 한결같이 과기처와 금호그룹의 「파워게임」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광주과기원 교수협의회는 이사회에 앞서 3명(전 과기처실장, 전 KIST원장, 전 광주시장)을 원장 후보로 추천했다. 그러나 이사회는 3명을 모두 탈락시키고 김교수를 포함한 새로운 후보 2명을 추천, 결국 김교수를 원장으로 선출했다. 광주를 연고로 한 금호그룹은 광주과기원 설립을 적극적으로 지원, 광주과기원의 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금호는 교수협의회에서 추천한 후보는 과기처가 「내려보낸」 인사라고 판단, 이사회에서 탈락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과기처는 이에 맞서 금호가 광주과기원을 장악하기 위해 이사회를 통해 금호정보통신연구소 소장인 김교수를 원장으로 내세웠다고 판단하고 승인을 유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광주과기원은 오는 17일 개교 4주년을 맞는다. 그러나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상황에 개교 기념일이 반가울 리 없다. 신규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 얼마나 더 행정공백이 이어질지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대학은 교수와 학생들의 것이다. 과기처와 금호는 대학은 행정력이나 자본력으로 장악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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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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