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 업체 제대로 노력했나(한·미 자동차 마찰)

◎미국차 판매부진 남탓할 일 아니다/배기량·차체 너무 크고 비싼 부품·수리비용 치명적/서비스정신 실종속 이젠 강매요구 국민감정 악화만미국 정부는 한국자동차 시장에 대한 슈퍼 301조 발동의 이유로 「폐쇄적인 한국시장」을 들었다. 이것은 『한국의 수입규제로 미국차가 안팔린다』는 앤드류 카드 미자동차공업협회장의 일관된 주장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이 주장은 설득력이 있는가. 외제차 업계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궁극적으로 한미간의 바람직한 관계를 긴급점검해 본다.<편집자주> 지난달 10일 통상산업부 임창렬 장관 앞으로 한통의 서신이 날아들었다. 외제차 수입업체로 구성된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수입차시장 활성화를 위한 바람」을 담은 편지였다. 업계는 여기서 『수입개방을 통한 국내산업 경쟁력강화와 통상마찰 해소를 위해 외제차에 대한 국내언론의 비난성 기사를 자제하도록 유도해 달라』며 주요언론사 발행인, 편집국장과의 모임을 갖고 림장관이 나서 기자회견을 통해 외제차를 많이 사달라는 대국민 호소문 발표를 방안으로 제시했다. 통산부와 정부 각기관, 국영기업체에서 외제차를 많이 이용해주고, 국세청장 명의로 외제차 구매나 소유와 관련된 사실이나 명단은 어떤 경우에도 사용을 금하는 지침서를 마련해 달라고 했다. 과거에 상상도 할 수 없는 「요구」를 하고 나섰다. 이들의 요구는 물론 판매부진에 따른 것이다. 올들어 8월까지 공식수입업체를 통해 국내에서 판매된 외제차는 6천45대. 지난해(1만1천4백70대)에 비해 10.2% 줄었다. 이같은 판매부진에 따른 누적적자를 들어 다국적 자동차판매업체인 인치케이프사는 『내년 3월까지 한국시장에서 철수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대부분의 업체들이 연간 20억원이 넘는 적자를 보고 있다. 그렇다면 외제차의 판매부진은 협회가 통산부에 제시한 이유, 또 미국이 우선협상대상국으로 지정한 관세, 누진세 등이 결정적인 이유인가. 업계관계자들은 『미국정부나 수입업체들 주장처럼 세금을 크게 낮추고, 이런 저런 규제를 낮추어도 미국차를 비롯한 수입차 판매는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은 주장을 일축한다. 국내 소비자들이 외제차 구입을 꺼리는 것은 외제차 자체와 수입업체들이 스스로에게 상당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외제차는 최소 1천6백㏄에서 4천6백㏄까지 다양하나 2천㏄ 이상의 대형차가 주종이다. 휘발유가격이 미국보다 3배이상 비싼 국내에서 이렇게 큰 차는 먹혀들기 어렵다. 특히 부품이나 수리비용은 국산차에 비해 2∼7배나 높다. 뒤 브레이크 패드의 경우 다이너스티 3.5골드가 3만3천원인데 비해 같은 크기의 미국 크라이슬러 3.5 비전은 76만9천원이나 된다. 서비스도 마찬가지. 크라이슬러 처럼 직영 정비업소 조차 갖추지 않고 영업을 하는 업체들이 많다. 국내에서는 미국산보다 유럽산이 더 인기를 끌고 있다. 올 상반기중 미국산은 31.8%인데 비해 유럽산은 43.0%를 차지하고 있다. 외제차업계 관계자는 『국산차에 비해 성능과 안전도 등 차별성이 없어지는 것이 미국산이 눈길을 끌지 못하는 이유』라고 지적한다. 한마디로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다. 또 미국업체들은 국내에서 시작단계다. 포드는 기아협력업체인 서울차제공업의 부도로 일부 판매망이 끊겼고, 크라이슬러는 기존 판매상인 우성그룹이 부도가 나 최근 판매망 재정비에 나섰고, 인치케이프를 통해 판매하던 GM은 직판체제 구축을 위해 공백상태다. 미측은 통상압력 이전에 스스로를 되돌아 봐야한다는 지적이다.<박원배·정승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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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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