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1999년 증시 화두

요즘 부쩍 많이 쓰이는 말 가운데「화두」가 있다. 원래 화두는 참선하는 이에게 도를 깨치게 하기 위하여 내는 문제를 의미하는 불교용어다. 이제는 시중의 화제거리나 유행어 또는 특정사안의 쟁점 등 사람들의 관심사를 가리키는 말로 폭넓게 쓰이는 일상용어가 됐다. 1999년도 이제 채 열흘도 남지 않았다.한 세기, 아니 한 밀레니엄을 마감하는 금년 1999년의 화두는 무엇이었을까.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를 훑는 것은 필자의 한계를 벗어난 일이기에, 필자가 몸담고 있는 증권시장을 둘러싼 화두 몇 개만 거론해봄으로써 금년 증시를 회고해 본다. 첫째 화두는 사이버거래다. 인터넷시대 본격 도래에 때맞춰 증권사들이 사이버거래 수수료를 대폭 떨어뜨리면서 사이버증권거래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 11월말 현재 사이버 증권거래대금은 138조여원으로 전체 거래대금의 37%를 차지하였고, 사이버계좌수는 약 179만계좌로 전체 계좌수의 4분의 1에 달했다. 또한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는 5대 대형사의 사이버거래 비중이 특히 두드러지는 등 이제 사이버거래가 증권거래의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이같은 사이버거래 활성화는 이미 미국을 능가, 세계 최고가 되어 파이낸셜타임스와 같은 유력지에 특집기사가 실릴 정도로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둘째 화두는 코스닥이다. 미국 나스닥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코스닥시장도 같은 양상을 보임에 따라「거품론」까지 제기돼 당국의 진정책이 나올 정도로 대단한 활황세를 보였다. 코스닥지수가 연초대비 2배 이상 오르고 시가총액이 70조원을 돌파하는가 하면 지난해 55억원에 불과했던 일평균 거래대금도 3,700억원을 넘는 등 거래소시장의 보완적 시장으로 출범하였던 코스닥 시장이 이제 거래소시장과 경쟁적 위치에 서게 될 정도가 됐다. 다음 화두는 간접 투자다. 금년은 간접투자방식이 자리잡는 한해로 기록될 것같다. 금년 증시는 장세 변화가 무쌍하고 주가차별화가 극심하여 아마추어 투자자가 장세흐름을 따라잡기가 여간 어려운 한해가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지수상승에 비해 변변한 수익을 낸 개인투자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반면 전문 펀드매니저가 운용해주는 뮤추얼펀드나 수익증권 같은 간접투자상품에 돈을 맡겼던 투자자는 은행금리의 몇배나 되는 수익을 시현할 수 있었다. 기타 여러 가지 화두가 꼽히겠지만 그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동조화현상이다. 작년 가을 이후 한·미 증시의 상관계수가 0.93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는 미국 증시 주가가 오르면 한국 증시도 93% 확률로 오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침에 전날 미국 증시동향을 보고 투자결정을 하는 것이 이제 기본이 되었다. 바야흐로 우리 증시도 세계화 추세선상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상 금년 한국증시를 특징짓는 대표적 화두 몇 개를 꼽아봤다. 우리는 여기서 교훈을 얻는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프로에게 맡기든지, 기관투자가나 외국인 투자가, 아니면 미국을 따라가라는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새 천년 첫 해도 상기의 화두가 우리 증시를 계속 지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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