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기름도 닦고 마음도 닦고


지난주 금요일에 전국 지점장급 이상 관리자 500여명과 원유유출사고로 고통을 겪고 있는 태안 구례포로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부주의와 방심이 얼마나 큰 재앙을 불러오는지를 피부로 느끼며 참 많은 생각을 한 하루였다. 이날 구례포 바닷가에는 진눈깨비가 내려 물기 먹은 돌들 가운데 기름에 오염된 돌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모두 멀쩡해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물기 때문에 막이 생겨 그렇게 보인 것일 뿐 대부분 기름에 오염된 돌이었다. 큰 돌을 들춰내고 밑바닥을 보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제대로 기름기를 제거하려면 물로 인해 생긴 막 안을 닦아야 했다. 그런데 각양각색의 돌들을 닦다보니 불현듯 지금 돌에 앉은 기름을 닦는 게 아니라 마음을 닦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봉사활동에 나선 직원들 모두 자기를 닦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기름을 닦는 작업이 어떤 워크숍이나 교육보다도 큰 가치로 다가왔다. 비록 추운 날씨와 비바람 속에서 힘들기는 했지만 이런 기회로 직원들이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훈련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봉사활동을 즐겁고 행복하게 할 수 있었다. 뾰족하거나 울퉁불퉁한 돌들은 밀물과 썰물에 씻기면서 매끄러운 모양으로 변한다. 돌의 모양이 싫다고 모래나 바닷물이 도망갈 수는 없다. 사람의 세상살이도 마찬가지다. 돌들처럼 사람들도 각양각색의 모양을 하고 있다. 모난 사람도 있고 튀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사람은 주변과 어우러져 살 수밖에 없는 존재다. 자신을 내세우기 이전에 서로 양보하고 감싸고 보듬으며 화합하는 자세로 살아야 한다. 따라서 현재 인생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여기는 사람은 자신을 냉정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자신을 끊임없이 닦고 또 닦아야 한다. 돌에 엉겨 붙은 기름을 제거하듯이 스스로를 닦아야 한다. 그렇지만 돌처럼 스스로를 닦아내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 경우에는 앞서나가는 사람들이 일을 통해 길을 열어주고 닦아줘야 한다. 전문가들은 태안 인근 해변이 제 모습을 찾기까지는 최소한 20년 이상이 걸린다고 말한다. 수많은 봉사자들이 찾아가 그렇게 애를 쓰고 있는데도 말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한 번 인생설계를 잘못하면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을 통해서라면 누구든지 과거의 잘못된 흔적을 지우고 성공의 길로 들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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