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세금 없는 홍콩, 亞 미술시장 허브로

베이징 '생산기지' 상하이 '컬렉터 근거지' 역할<br>유럽·미주 갤러리 잇단 진출… 경매시장도 '쑥쑥'<br>한국은 양도세 문제·내수부진 등으로 성장 주춤

지난 29일 홍콩 원퍼시픽 플레이스에서 열린 경매에 앞서 서울옥션이 출품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했다. 이번 경매에서 대부분의 한국 작가 작품들은 한국 미술시장의 침체,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따른 불안 심리 등으로 인해 낮은 추정가 수준으로 판매됐다.

지난 27일 홍콩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크리스티 경매 아시아현대미술 이브닝 세일에서 중국 작가 정판즈의 마스크 시리즈가 경매에 부쳐지고 있다.

경제력을 배경으로 한 중국과 중화권 화교들의 세계 미술시장 영향력이 유럽, 미주를 제칠 정도로 커지고 있다. 중국 내에서도 도시별로 미술계의 역할이 구분된다. 베이징은 다산쯔 798지역 등 미술특구를 기반으로 한 현대미술 생산기지이자 자국 내 경매가 가장 왕성한 지역이다. 상하이는 중국 내 큰손 컬렉터들의 근거지로 미술품 구입에만 한 해 10억 위안(약 1,700억원)을 쓴다는 류이젠ㆍ왕웨이 부부를 비롯한 금융 부호들이 거주하고 있다. 따라서 거래 못지 않게 '상하이비엔날레' 등 국제미술의 게이트로서 최신 미술경향을 선보이는 전시가 활발하다. 무역도시 홍콩은 국제 거래가 가장 뜨거운 곳이다. 다시 말해 생산기지 베이징-컬렉터 근거지 상하이-국제 거래시장 홍콩이라는 벨트가 연결된다는 얘기다. 특히 홍콩은 유명 작가 하나 없이도 가장 활발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거래세, 양도세 등 세금 걱정이 없고 국제거래가 자유롭기 때문이다. 대만 최대의 경매회사인 라베넬(Ravenel)이나 일본의 에스트웨스트(Est-Ouest) 등은 홍콩에서 주요 경매를 열고 개인 거래도 홍콩에서 이뤄진다. 2008년 처음 시작된 홍콩아트페어(Art HK)는 매년 2배씩 규모가 커진다. 이에 따라 유럽과 미주 갤러리들의 홍콩 진출도 급물살을 탔다. 영국의 밴브라운갤러리, 프랑스의 말링규얼 등이 최근 개관해 유럽 근대작품의 전시를 진행 중이고 세계 미술계 영향력 1위의 래리 가고시안도 이달 중 홍콩에 전시장을 열 예정이다. 이 같은 성장세에 힘을 더하기 위해 홍콩정부는 구룡지역에 미술관 등을 만들어 인프라 구축을 지원할 계획이다. 서울옥션 이학준 대표는 "홍콩의 미술경매 시장은 올 상반기에만 작년 동기 대비 웨스턴 미술이 100%, 아시아 미술이 200% 상승했다"면서 "서울옥션이 지난 10월 샤갈 유화(약 42억원) 낙찰에 성공하는 등 홍콩에서 아시아 미술 뿐아니라 서양 근대미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소더비는 프라이빗 세일을 위해 피카소 7점, 샤갈 4점 등 서양 근대미술품 20여점을 선보여 신규 시장 창출을 시도하고 있다. 반면 한때 KIAF(한국국제아트페어)를 아시아 미술시장의 허브로 키우겠다던 한국 미술계는 요즘 주춤하고 있다. 양도세 부과, 내수시장 부진 등이 영향을 미쳤고 최근 연평도 피폭 등 국가 리스크가 결정타로 작용했다. 크리스티 코리아 신수정 실장은 "아시아현대미술 경매를 앞두고 아시아 각지의 CEO급 구매고객들이 '한국의 세금 문제는 어떻게 되느냐'는 문의전화가 많다"고 말했다. 양도세 부과에 대한 불안감이 내수시장을 침체시키는 것도 문제다. 이화익갤러리 이화익 대표는 "대만, 인도네시아 컬렉터들은 투자가치를 중시하는데 '한국 사람들도 안 사는 한국 작품을 왜 외국인이 사야 하느냐'고 묻기도 한다"면서 "중국 사례에서 보듯 한국 기업과 컬렉터들이 한국미술품의 경쟁력을 지지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배혜경 크리스티코리아 사무소장은 고가미술품이 거래된 이번 홍콩 크리스티 경매 '이브닝세일' 출품작 44점 가운데 한국 미술품이 단 한 점도 없는 것을 지적하며 "국내 소비자들이 우리 미술에 대한 자긍심이 부족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홍콩에서도 화랑을 운영중인 카이스갤러리 유명분 대표는 "내수 부진이 시장 성장의 한계가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내수 부진은 해외 경매에 나온 국내 작품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서울옥션은 지난달 29일 진행한 경매에서 한국 작가의 작품 42점을 선보여 80%의 낙찰률을 기록했다. 이호재 서울옥션 회장은 "김환기, 이우환 등의 화제 작품에 힘입어 낙찰률 자체는 높았지만 낙찰 총액을 따져보면 부진하다. 아무래도 한국미술에 대한 불투명한 전망으로 투자 관망세가 짙어진 듯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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