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7월 13일] IMF의 '자기반성'

SetSectionName(); [기자의 눈/7월 13일] IMF의 '자기반성' 대전=이상훈기자(경제부) flat@sed.co.kr

지난 1998년 겨울,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조치를 받으면서 우리가 겪던 비참함은 한겨울의 삭풍보다 더 매서웠다. 대기업과 은행들이 줄줄이 쓰러지면서 우리 경제사에 씻을 수 없는 아픔이 찾아왔다. 지난 10년간 우리에게 IMF는 'I am F'라는 말의 동음이의어였다. 금 모으기 캠페인을 생중계하던 TV 카메라 앞에 결혼반지를 들고 나온 시장통 아줌마가 "IMF야! 물러가라"고 울부짖던 절규를 우리 모두 생생히 기억한다. 그리고 올해 여름, IMF는 세계경제의 동력을 아시아에서 찾겠다며 한국을 방문했다. 12년 전 매서운 시어머니였던 그들은 이제 "그때는 필요 이상으로 아시아 국가들이 너무 큰 고통을 겪었다"며 당시의 강도 높은 처방이 잘못됐다고 시인했다. 12일 대전에서 열린 IMF-아시아 컨퍼런스에서 한국 기자들의 거침없는 질문에 인상 한번 찌푸리지 않고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하는 모습에서 세월의 흐름과 국제질서의 변화가 그대로 느껴졌다. IMF가 철저히 '자기반성'을 했으니 그들은 패자이고 우리는 승자일까. 아시아가 세계의 중심에 서고 있고 한국은 주요20개국(G20) 의장국을 맡았으니 이제는 선진국 행세만 하면 그만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지만 우리도 모르는 새 우리 목에는 서서히 힘이 들어가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콘퍼런스에 참석한 30명의 아시아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중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만나준 사람은 싱가포르 재무장관뿐이다. IMF의 자기반성을 요구하는 우리 정부는 정작 IMF가 요구한 개혁을 지난 10년간 어떻게 수행했는지에 대한 백서 하나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올해 5.8% 성장을 예상하는 우리 정부가 자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G20 정상회의를 유치했다는 우리의 자부심은 자만으로 변하고 있다. 학창 시절, 공부깨나 한다는 학생 치고 꼼꼼하게 정리된 오답 노트 한권 안 갖고 있던 학생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IMF도 반성할 것은 해야 한다"고 큰소리치는 한국을 바라보며 IMF는 무슨 생각을 할까. 그들에게 아직 한수 배울 게 남았으니 좀 더 겸손해지자고 말하는 게 사대주의는 결코 아닐 것이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