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바늘끝 같은 허점
제4보(55～78)
백56 이하 64까지는 초심자들의 줄바둑 같은 행마지만 다른 도리가 없다. 흑65가 놓이자 우하귀 방면의 흑진이 입체적으로 불어날 전망인데 백은 66으로 다시 한번 지키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이곳을 지키지 않으면 중앙의 백세가 곤마로 변할 염려가 있으니까.
바로 이 장면에서 창하오쪽에서도 범실이 나왔다. 흑67이 그것. 이 수로는 무조건 가로 눌러 좌변 백진이 부푸는 것을 미연에 방지했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흑의 완승 분위기였던 것이다.
백이 74로 지켜버리자 좌변 일대에 어마어마한 백의 세력권이 생겼다. 졸지에 허를 찔린 창하오. 내친 걸음인지라 75로 추궁을 계속했지만 이 수순 역시 실수성이었다. 백이 76으로 시비를 걸자 그곳을 외면하고 77로 두지 않을 수 없다. 백78이 놓이자 흑이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없는 바둑이 되고 말았다.
흑75로는 가부터 두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었다. 백나면 그때 75에 몰았어야 했다. 흑77로는 참고도의 1에 모는 것이 가장 강경한 대응이지만 백2, 4의 반발이 두렵다. 흑7까지 큰 패가 되는데 흑이 훨씬 더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창하오가 계속 주도권을 쥔 상태였는데 바늘끝 같은 허점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검토실의 왕루난8단이 중국기자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있었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입력시간 : 2005/05/23 13: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