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빌 게이츠와 손정의

언제부터인지 매년 연말이 되면 그 해 10대 뉴스 선정이 각 언론매체의 중요한 행사로 자리잡았다. 올해는 특별히 20세기의 마지막 해인지라 그야말로 지난 백년을 정리하는 각종 통계나 사건이 벌써부터 세계 유수의 신문ㆍ잡지 등을 장식하고 있다. 그 중 미국의 경제 전문잡지 「포브스」에 실린 기사가 필자의 눈길을 끈다. 바로 금세기 성공한 사업가들 중 동서양을 대표하는 기업인으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과 함께 손정의씨가 꼽혔다는 내용이다. 빌 게이츠는 MS라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5년째 세계 1위에 랭크됐고, 손정의씨는 소프트뱅크(SB)라는 인터넷 사업을 기반으로 세계 4위로 도약했다. 그것은 순전히 금년 들어 전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첨단기술주 투자열풍 덕분일 것이다. 두 사람의 신화적 성공의 비결은 무엇보다 디지털 정보혁명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미래적 안목을 가지고 확신에 찬 사업구상을 실천에 옮긴 진정한 벤처기업가정신의 소유자였다는 점이다. 거기에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십도 한몫했다.빌 게이츠야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존재지만, 손정의라는 인물이 이 시대 세계 비즈니스계에서 빌 게이츠와 비견된다는 사실에 필자는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괜히 뿌듯하기까지 하다. 그것은 아마도 그에게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는 점 때문일지도 모른다. 세계 최고의 컴퓨터쇼 「컴덱스」를 주관하는 회사. 미국 최고의 컴퓨터 관련 출판업체 지프데이비스를 가진 곳.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대명사 야후, 대표적인 온라인 증권사 E트레이드 등 120여개 첨단 인터넷 관련사를 자회사로 거느린 업체. 세계에서 정보소통량(인터넷 트래픽)이 가장 많은 인터넷 업체 10개 가운데 4개를 가진 곳. 이상이 손정의씨가 회장으로 있는 일본소재 초국적 인터넷 정보통신업체 SB를 알리는 말들이다. 대단한 성취다. 하지만 손정의씨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15년 내에 빌 게이츠를 추월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에 누구도 허황되다고 트집잡지 않는다. 과거 「이단자」로까지 불렸던 그를 두고 이제는 『일본경제를 침체에서 구할 영웅』으로 대접받고 있기 때문이다. 21세기는 분명 정보화시대, 인터넷시대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손정의씨가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인터넷시대를 주도하는 엘리트 25걸」에 오른 반면, 빌 게이츠는 거기에 끼지 못했다는 사실이 상당히 시사적이다. 과연 「PC시대의 황제」는 가고 「인터넷의 지배자」의 시대가 도래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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