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인재, 풍요 속 빈곤"… 인도등 외국인으로 채우기도

■ 쓸만한 R&D 인력, 어디 없소?<br>기업 해마다 채용 확대 불구 현장 즉시 투입 쉽잖아 고심<br>이공계 대학원생 입도선매… 해외교포·유학생 등 눈돌려



“대기업이 중소기업 인력을 빼내간다고 난리인데 알고 보면 연구개발(R&D) 인력 충원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신사업의 경우 경쟁력 있는 소규모 기업을 적대적 인수합병(M&A)하지 않으면 국내에서 R&D 인력을 충원하지도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대기업 신사업 담당자) 기업들이 피부로 느끼는 R&D 인력 부족은 풍요 속의 빈곤 그 자체다. 인력은 넘쳐나지만 정작 필요한 R&D 인력은 눈 씻고 찾기가 힘든 실정이다. 인력 빼가기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고 적대적 M&A가 우수 R&D 인력 충원의 주요 수단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에서다. 또 국내에서 인재를 구할 수 없다 보니 그 자리를 인도인 등 외국인이 차지하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풍요 속 빈곤, R&D 인력 부족= R&D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주요 기업들은 매해 R&D 비용과 인력 채용을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만 해도 R&D 지출이 지난 2007년 5조9,00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7조2,000억원으로 늘었다. 직원 10명 중 4명은 R&D 인력으로 채워졌다. LG전자의 R&D 비용도 2007년 1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1조8,000억원으로 늘었고 현대차도 R&D 투자 규모와 인력채용을 늘리고 있다. 문제는 우수한 R&D 인재를 찾는 게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데 있다. R&D 인력채용 때마다 수십대일의 경쟁률을 기록하지만 정작 쓸 만한 인재는 찾기 어렵다는 게 산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자동차 업계는 자격을 갖춘 인재 부족으로 고충을 겪고 있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일은 많고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지만 신입사원을 업무에 투입하는 데는 최소 6개월은 걸린다”며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려면 3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한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우수 R&D 인력 확보를 위해 리쿠르팅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쉽지 않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매년 3,000명가량 R&D 인력을 선발하지만 있지만 원하는 수준에는 못 미치고 있다”며 “우수 R&D 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은 하고 있지만 원하는 만큼 인재를 유치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도 “소프트웨어 R&D 인력 채용을 확대하고 있지만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철강ㆍ조선ㆍ엔지니어링 등 다른 분야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특히 신사업의 R&D 인력 부족은 매우 심각한 실정이다. 대표적인 게 요즘 부상하는 LED 분야다. LED 분야의 경우 대기업과 중소기업, 중소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R&D 인력 빼가기가 장난이 아니다. 모 기업은 인력을 스카우트해오면 한 명당 20만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진풍경도 연출되고 있다. ◇국내 인력 부족, 해외에서 찾습니다=R&D 인력 부족에 따라 국내 주요 기업들은 주요 대학과 맞춤형 석ㆍ박사 과정 개설 등을 통해 인력 확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서울대ㆍ카이스트 등 주요 이공계 대학원에는 장학금 등을 지원하며 우수 인재를 입도선매하고 있다. 해외에서 우수 인력 채용의 경우 예전에는 삼성ㆍLGㆍ현대차 등 몇몇 글로벌 기업이 주도했지만 현재는 웬만한 국내 기업들이 앞다퉈 하고 있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해외로 눈길을 돌리는 것은 그만큼 거꾸로 국내에서 연구인력을 충원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렇다 보니 미국 주요 대학의 한국 교포나 유학생의 인기가 상한가를 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조선 업계는 해양 플랜드 석ㆍ박사급 인력 배출이 부족하면서 외국인, 그 중에서도 인도인을 집중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중공업의 경우 1,500명의 연구인력 중 외국인 인력이 80여명으로 이중 인도인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R&D 인력 확보를 위해 기업들은 한발 더 나아가 해외 R&D 아웃소싱도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인도 연구소의 활용도를 높여나가고 있다. 삼성과 LG전자 등 다른 기업들도 인도 등 해외 R&D 센터 기능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바이오협회의 한 관계자는 “바이오ㆍ태양전지ㆍLED 등 신사업의 경우 대다수 연구인력을 해외에서 충원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신사업이 본격화되면 기업들 간의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한 다툼이 현재보다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한상의의 한 관계자는 “연구인력 미스매칭 해소를 위해 정부나 학계ㆍ기업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며 “이렇다 보니 인력 빼가기 등이 성행하면서 산업계의 생태계도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대학교육 등 고등교육의 시스템 개혁 없이는 우수 연구인력 부족 현상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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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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