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아파트가 연초부터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자 정부와 여당이 칼을 빼들었다. “재건축제도를 실체적, 절차적인 측면에서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겠다”며 적극적으로 진화에 나선 것이다.
재건축 추가 규제는 지난해의 정책 실패가 경험이 됐다. 지난해 초 정부는 재건축 아파트의 이상 움직임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재건축에서 시작된 집값 급등은 강남 중대형 아파트로 옮겨 붙었고 이어 분당ㆍ산본ㆍ과천 등 수도권 전지역으로 빠르게 번져나갔다.
‘8ㆍ31 대책’으로 잠시 주춤거렸던 재건축 가격이 올들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불과 한달 만에 압구정ㆍ잠실 등 한강 변 재건축 아파트는 1억~2억원씩 올랐고 재건축의 대명사로 인식되는 은마 아파트도 10억원을 돌파했다.
이 점에서 재건축 규제에 대한 필요성은 높다. 추가 규제 방안으로는 재건축 연한강화, 재건축 개발부담금, 허가 총량제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수요를 억제해 재건축을 잡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여기서 짚어볼 것이 있다. 과연 추가 규제만으로 재건축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값이 오른 것은 규제가 없거나 부족해서가 아니다. 수요에 비해 강남권 주택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다리면 언젠가는 규제가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한몫했다.
현재 강남 재건축에는 규제 백화점이라고 할 만큼 겹겹 규제가 가해지고 있다. 규제 한두개를 더 내놓는다고 해서 집값이 안정된다는 보장이 없다. 정부가 새로운 규제를 가해도 곧 내성이 생길 것이다. 개발부담금이 부과되면 그만큼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 여당도 항구적인 재건축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근본 처방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수요 억제에 중점을 둔 정부 규제는 이미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아직 ‘8ㆍ31 대책’이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지도 못하고 있다. 규제는 또 다른 규제를 불러올 뿐이다. 재건축에 대한 규제 일변도를 벗어나 이제는 공급 부문에서 획기적인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