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자의 눈] '유한(有限)정권'대 '무한(無限)재벌'

정경부 김영기 기자혹자는 삼성을 「바늘로 찔러도 피한방울 안 나올 그룹」이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국민에게 삼성은 자기관리에서만큼은 철저한 기업으로 인식돼 있다. 오랜 세월 세파에 시달리면서도 「클린 컴퍼니(CLEAN COMPANY)」라는 이미지를 간직할 수 있었던 것도 삼성의 본능적인 자기보호 전략때문이었는지 모른다. 지난 8일 오후 삼성은 언뜻보면 국민을 시원(?)하게 할 만한 발표를 했다. 삼성생명 상장 후 주식가치가 채권단과 협력업체 등의 손실보전에 모자라면 추가로 출연하겠다는 것. 국민들은 드디어 혼란스런 삼성차 해결에 돌파구가 생기게 됐다는 소박한 기대를 가졌다. 정부의 강공에 삼성이 백기를 들었다는 해석이 신문지상을 장식했다. 전날까지만해도 『추가출연은 절대 불가』를 외치던 삼성의 태도가 왜 이처럼 돌변했을까. 삼성은 추가출연을 약속하면서 「상장후」란 말을 전제로 깔았다. 상장을 안 해주면 추가출연도 없다는 얘기였다. 정부도 화답하듯 관계장관 회의에서 삼성생명의 상장 허용을 결정했다. 정부와 삼성간의 또한번의 「빅딜」이 성사된 셈이다. 그렇다면 일부의 평가대로 정부압박에 삼성이 두손을 든 것일까. 삼성그룹의 내부평가는 다르다. 『삼성을 아직도 모르는구먼. 손해보는 장사를 하겠어. 이번 게임에서도 골칫거리(자동차)를 처분했고 정부는 삼성이 가만히 있는데도 상장을 허용하겠다고 나섰어. 10년 넘게 품어왔던 숙원을 풀게된거지. 일종의 「무한(無限)기업」인 삼성과 유한(有限)한 정권이 맞붙으면 승부는 뻔한 거 아냐. 결과적으로 정부가 알아서 「특혜시비」까지 잠재워 주면서 상장을 허용해줬고 삼성차는 열흘전 나왔던 원래 해법대로 굴러가는 걸 보면 알잖아』. 과연 삼성이 정부의 강수에 백기를 든 것일까. 유한(有限)정권이 무한기업의 실리를 이길 수 있을까. 한여름밤의 푸닥거리는 결국 대한민국의 「자연섭리」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느낌이다. /김영기 기자 YG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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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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