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문화자원

박광무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


경북 안동 시내에서 한 50리 떨어진 고즈넉한 산속에 국학진흥원이 자리하고 있다. 조선의 대석학 퇴계선생의 생가가 멀지 않은 곳이다. 국학진흥원의 최대 자랑거리는 목판과 문집들이다. 목판은 조선 선비들의 문집을 발행하기 위한 원판인 셈이다. 이 목판 10만장을 보관할 수 있는 장판각이 운영되고 있는데 지금까지 모두 7만5,000여장이 수집됐다. 너무나 잘 아는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은 고려시대 국난극복을 발원하면서 승려들이 만든 위대한 경전의 목판본이 아닌가. 모두 8만1,258판이 보관된 대장경은 이미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조선왕조실록은 조선 500년 역사의 관찬(官撰) 기록이다. 500년 왕조도 대단한데 그 왕실의 공식기록을 오롯이 보존하고 목숨을 걸고 지켜온 것이 우리 민족이다. 국학진흥원의 기록은 민간차원, 왕조실록은 왕실차원, 그리고 대장경은 종교차원의 기록물이다. 어느 하나 대단하지 않은 것이 없다.


우리나라는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에 문화원이 설립·운영되고 있다. 향토의 이야기와 전설과 역사와 민담을 향토사료집으로 모든 문화원이 개발하고 엮어내어 보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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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자원은 인류의 문화적 삶의 과정과 결과물들이 일정하게 집적돼 통찰과 영감을 주며 예술창작물을 만들어내며 경제적인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데 도움을 주는 모든 유·무형의 요소들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이와 같은 문화자원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필요로 하는 시점이다. 다행히 지난해 말 제정된 문화기본법에서도 문화자원의 개발과 활용을 중요 정책 대상으로 규정했다. 문화자원이 정신적인 영역에서 표출되면 인간의 정신문화적인 요소를 산출하게 된다. 많은 학문적 업적과 철학적 종교적인 요소들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문화자원이 예술적 영감을 얻어 시와 소설로, 연극과 음악으로 만들어지면 이것은 예술적 걸작품을 만들어내게 된다. 문화자원이 복합적인 즐길거리로 가공되면 영화·게임·캐릭터·애니메이션·웹툰 등 첨단 기술과 접목해 무한대의 부가가치와 변용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우선 문화자원의 소재 파악과 수집과 체계적인 분류·가공·정리·보존·관리 활용의 단계별 유지관리 운영계획이 수립될 필요가 있다.

이 시대에 문화자원은 문화기반의 고품격 서비스 산업의 중요한 소재다. 산업화 시대에 우리는 철광석을 수입해 제철소에서 철판을 뽑아냈다. 그 철판으로 냉장고도 만들고 자동차도 만들고 텔레비전 수상기도 만들어 내수(內需)와 수출의 전략 종목으로 육성하고 외화를 벌어들였다. 제조업은 국가 기반산업으로서 여전히 중시돼야 한다. 이와 더불어 이제는 창조적인 영역의 자원을 발굴하고 이를 유·무형의 가치재로 만드는 일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창조적인 열정과 신명과 끈기는 우리 민족의 강점이다. 정신적 경제적 문화적인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리고 명실상부하게 고품격 문화국가, 행복하고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가기 위해 새로운 가치재인 문화자원의 발굴·가공·활용에 모든 경제주체들의 관심과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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