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열린우리당은 KT&G에 대한 칼 아이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와 관련, 추가적인 M&A 방어책을 마련하지 않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대신 출자총액제한 규제를 조기에 폐지, 대기업의 투자 및 경영권 방어능력을 확충해줄 방침이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현행 M&A 규정은 공격ㆍ방어자간 균형이 맞고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부합한다”고 전제한 뒤 “M&A 공격과 방어수단에 대해 더 채택할 부분은 없다”며 의무공개매수 부활을 비롯한 M&A 방어책을 검토하고 있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도 이날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경영권 보호대책 마련에 상당히 신중해야 한다”며 “의무공개매수제도는 IMF의 권고로 폐지한 법이고 대신 자사주 매입을 허용한 만큼 부활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못박았다.
강 의장은 이에 덧붙여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언급하면서 “내년에 마련될 2차 3개년 로드맵에서 폐지한 후 이를 대신할 선진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공정위의 ‘존속 여부 재검토’와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강 의장은 특히 “(출총제 폐지로) 국내 자금을 끌어들여 외국인 지분율을 낮추는 쪽으로 가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설명, 외국자본의 적대적 M&A 위협을 출총제 폐지로 일정 부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한 부총리도 이날 오찬에서 출총제와 ‘금융산업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등으로 우리 기업이 외국자본에 비해 불리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기업의 투명성이 확보되면 출총제를 재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그동안 출총제가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켜 경영권 방어에 걸림돌이 돼왔다는 재계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