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이란 핵문제 해결, 美-EU 공조 계기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유럽에서도 인기가 없다. 지난 21일(현지시간) 그가 유럽연합(EU) 25개 회원국과 미국의 연례회담차 방문한 오스트리아 빈에서도 이러한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회담 개최 장소 주변에 수많은 ‘반(反)부시’를 외치는 ‘항의꾼’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EU 국가들의 각종 여론조사 결과 또한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Pew Global Attitudes Survey)에 따르면 미국은 영국ㆍ프랑스ㆍ독일보다 나이지리아ㆍ중국ㆍ러시아에서 오히려 인기가 높았다. 유럽인들이 미국에 품은 ‘냉랭한(sour)’ 감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나 EU 지도자들의 생각은 유럽의 ‘민심’과 좀 다른 것 같다. 그들은 각종 국제사회 이슈에 대해 미국과의 공조를 강조해왔다. 특히 세계 자유무역 지지, 중국ㆍ인도 견제, 지적재산권 보호 등에서는 이견이 없다. 그중에서도 주제 마누엘 두랑 바로수 EU 집행위원장은 취임 초기부터 “나는 강성 친미주의자(very strong pro-American)”라고 공언해왔다. 지난 2005년 2월 재선 이후 그의 친미 성향은 EU 내에 강하게 스며들었다. 바로수 자신도 미ㆍEU 관계에 새로운 진전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최근 바로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미ㆍEU간에 약간의 의견 차는 존재한다”고 털어놓았다. 미세한 의견 차를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곧 “차이를 극복하고, 줄이고,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물론 듣기에 그럴듯한 좋은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향후 산적한 국제 문제에 대해 무리 없는 의견 조율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도하개발어젠다(DDA)의 실질적 진전이 요구되는데다 유전자조작농산물(GMO) 및 환경 문제 등에 대한 양측 의견 차도 좁혀야 한다. 향후 미ㆍEU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바로수는 이것을 잘 넘겨야 한다. 이란 핵 문제 해결을 위한 공조는 그 발판이 될 수 있다. 이라크전쟁 의견 차로 벌어진 간극을 이란 핵 문제를 계기로 새롭게 다잡아야 한다. 그는 “이란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유럽의 제안에 대해 미국이 지지를 표시한 것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언급했다. 이란 핵을 외교적으로 평화롭게 마무리 짓기 위한 양쪽간의 협력이 절실하다. 사실 미ㆍEU간의 완벽한 조화란 현실적이지 않다. 이상적 하모니는 양쪽이 한편이었던 냉전시대에도 불가능했다. 따라서 미국이 EU를 이해하려는 ‘열린 마음’과 함께 바로수의 조율자 역할이 필요하다. 바로수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