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환자로부터 치료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취지의 수락서에 서명을 받았다고 해서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합의15부(재판장 김만오 부장판사)는 뇌종양 방사선 치료를 받다 방사선을 과다하게 쬐어 후유증으로 사망했다며 신모씨의 유족들이 모 대학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책임을 물어 “피고는 3,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의사가 환자에게서 `병원에서 시행하는 방사선 치료를 본인의 자유의사로 승낙하며 이후 아무런 이의를 달지 않는다`는 취지의 수락서에 서명을 받았다고 해서 후유증에 대한 설명을 다했다고는 볼 수 없으며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병원이 종양부위가 아닌 정상조직에 방사선을 쬐었다거나 과다한 방사선을 쬐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이 치료 절차는 적절했으며 오히려 신씨의 증상은 방사선을 쬐지 않은 부분에서도 나타난 점 등으로 보아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했을 수 있다”며 치료과실은 인정하지 않았다.
신씨는 지난 96년 1월 피고 병원에서 뇌종양 수술 뒤 방사선 치료를 받았으나 이후 하반신 마비, 구토 등 증상이 나타나 뇌 검사를 실시하자 방사선 치료에 의한 신경손상 가능성이 제기됐으며 99년 8월 방사선 뇌괴사증 등으로 사망했다.
<최수문기자 chsm@sed.co.kr>